중국 정부가 외국에 떠밀려 위안화를 절상하는 것 같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제 값싼 노동력, 저가 제품으로 상징됐던 옛 산업 구조를 뛰어넘어, 서방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로 당당히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차이완 부품’의 득세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부품업계로선 당장 위기로 다가왔지만 동시에 기회도 있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지만, 그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챔피언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글로벌 부품 업체의 성공사례를 분석해 보면 △동일 산업 내 표준 장악 △가격보다는 품질 위주의 경쟁 주도△대기업들이 진입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시장 창출 및 선점 등의 공통 요인을 안고 있다.
대만 기업인 유니마이크론과 델타는 저부가가치 부품 영역에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다. 경쟁 기업보다 먼저 표준을 장악해 규모의 경제로 탁월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중화권 부품업체들이 선호하는 전략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특정 세트업체와 거래 비중이 높아 실행하기 힘든 전략으로 꼽힌다. 부품업체들이 특정 세트업체 외 거래처를 다변화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반대로 세트 대기업과의 협력 수준을 단순한 수급 관계에서 공동 개발, 동반 성장의 관계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를 공동으로 진행해 공정 혁신, 기술 노하우 등을 축적하는 것이다.
독보적인 제품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다. LED 칩 업체인 니치아는 청색 LED에 대한 원천특허로 독과점적 수익을 올린다. 독보적인 제품을 개발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국내 광학솔루션 기업인 크루셜텍은 옵티컬트랙패드(OTP)라는 신개념의 유저인터페이스(UI)를 개발해 스마트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고수익을 올린다. 핵심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제조 노하우를 철저한 비공개로 하는 ‘블랙박스 전략’을 구사해 후발기업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인수합병(M&A)으로 예상치 못한 기술 진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M&A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에 국내 업체들은 이 부문에서 극히 취약하다. 일본 기업인 교세라는 성장의 변곡점에서 M&A카드를 즐겨 써 성공신화를 이어오고 있다. 퀄컴은 4G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플라리온과 에어고를 인수했다. 국내 부품업체로는 파트론 정도가 M&A로 여러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편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다. 다만, 회사가 가진 핵심 역량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인접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세라믹 소재 기업인 NGK인슐레이터는 세라믹 부품시장의 강자인 무라타·교세라와 경쟁하기보다 자동차 산업에 진입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삼화콘덴서는 무라타·삼성전기 등 대기업과 경쟁을 피하면서 디스플레이 및 장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을 개척해 좋은 성과를 보였다.
부품소재 전문가인 김현준 한국기술서비스 사장은 “글로벌 부품업체들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하나의 전략이 반드시 그 기업에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부품업체마다 가진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 기업에 적합한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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