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중국+대만) 부품업체들은 ‘최적의 제품을 가장 매력적인 가격’에 내놓는 전략으로 세계 세트산업에 대한 장악력을 키웠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세트업체는 저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차별화한 기능의 제품을 이상적인 가격에 내놓지 않으면 곧 도태되는 ‘벼랑 끝 레이스’를 펼친다. IT기기 간 융합이 활발해지고, 경쟁 제품의 시장 진입이 빈번해지면서 전자제품의 수명 주기도 점차 짧아졌다. 지역, 연령에 따라 다양화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세트업체들은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가 제품화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화권 부품 업체들의 입지를 급속도로 높였다. 2000년대 중반 일본기업들이 ‘품질 일등’에만 집착하다 시장 경쟁에 뒤처지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은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차이완 부품이 ‘최고의 제품’에만 집착하지 않는 이유다.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의 개선은 기술적, 인적 교류를 활성화해 중국 부품 산업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의 제조 역량에 대만의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중화권 부품 업체들은 하이엔드부터 로엔드까지 다양한 제품 풀(pool)을 확보했다.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삼성·LG 등 국내 세트업체와도 거래하면서 자본과 기술을 한꺼번에 축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으로 몰려들었고,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가 됐다. 글로벌 세트 라인의 대부분을 확보한 ‘지구의 공장’ 중국은 부품 업체를 키우는 데도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 글로벌 세트업체들이 중국 부품 업체에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품질 개선을 이끌었다. 중국 부품업체들은 한국·일본 세트 업체와도 거래를 트면서 선진 공정 시스템, 품질관리, 기술 등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TV·휴대폰 등 중국산 세트 제품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중국 부품업계 전반으로 ‘상승 효과’과 퍼졌다.
이익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중국인답게 중화권 부품업체들은 필요할 때 경쟁사와도 과감하게 ‘합종연횡’을 구사한다. 영패스트·윈텍 등 대만 터치스크린 업체는 세트업체와 교섭을 진행할 때 똘똘 뭉치기도 한다. 업계 스스로 과당경쟁을 피하며 동반 성장을 이끌어냈다. 과도한 물량 확보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우리나라 부품 업체와 사뭇 비교된다.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도 중화권 부품 경쟁력 향상에 큰 몫을 했다. 중국 정부는 임금이 급등하면서 생산기지의 가치가 퇴색하자 성장 기조를 양에서 질로 바꿨다. 민관이 하나로 뭉쳐 반도체·LCD 등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만 정부도 중국 당국에 적극 협조한다. 과거 대만 정부는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반도체·LCD패널 등 첨단산업의 중국 진출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지금은 전향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지난해 11월 LCD 업계 세계 4위인 CMO를 폭스콘의 중국 자회사 센트리가 인수했다. 센트리는 중국 TV 제조기업인 TCL과 선전에 8세대 라인 건설을 위한 합작사도 설립했다. 세계 3위 LCD 기업인 대만의 AUO도 약 25억 달러를 투자해 7세대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김종구 파트론 사장은 “한국과 대만은 대중국 수출 구조가 거의 흡사해 ‘차이완 효과’가 높아질수록 중국 내 한국산 부품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화권 부품 업체들의 경쟁 우위를 충분히 파악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들은 벤치마킹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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