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전. 그라운드 가장자리 광고판에는 익숙한 현대자동차의 영문 로고가 파란 바탕의 흰글씨로 표출돼 있었다. 약 5초 뒤 현대자동차 광고는 온데간데 없고 일본 소니의 3DTV 로고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로도 디지털 전광판은 5∼10초 간격을 두고 ‘팔색조’ 마냥 모습을 바꾼다. 발광다이오드(LED)가 만들어낸 경기장 밖의 마술이다.
LED가 TV·조명을 넘어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았다. 디지털복합기·공기청정기는 물론 ‘전자담배’로 불리는 금연보조제에도 LED가 장착된다. 축구경기장의 디지털 전광판은 우리나라에는 낯설지만 축구 시장 규모가 큰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기술일 정도다. 일부 중소 LED 업체들은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응용제품을 개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엔하이테크(대표 박호진)는 과거 냉음극형광램프(CCFL)가 사용되던 디지털복합기 스캐닝 모듈을 각각 흰색·적색 LED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생산한 업체다. 스캐닝 모듈은 종이에 인쇄된 그림·문자를 읽어들이는 데 사용되는 사무용 복합기 핵심 부품이다. 글로벌 복합기 회사에 독점 공급하면서 이 분야에서만 연간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LED를 이용해 스캐닝 모듈을 생산하면 CCFL을 장착했을 때보다 생산원가를 30∼40% 정도 절감하는 한편, 수은 등 독성물질 사용도 줄일 수 있다.
디바이스베이(대표 김경수)는 전류를 흘려주면 자외선(UV)을 방출하는 ‘UV LED’를 위조지폐 감별기·공기청정기 업체 등에 공급 중이다. UV LED는 겉모습은 일반 가시광선 LED와 유사하지만 410∼420나노미터(㎚) 이하의 단파장을 방출한다. 3와트(W) 제품 기준으로 백색 LED 가격이 3달러 안팎인데 비해 410∼420㎚ UV LED는 6달러, 360㎚ 제품은 샘플만 50달러에 육박한다. 이 회사 김경수 사장은 “UV LED는 빛이 눈에 보이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라며 “살균 기능을 이용해 냉장고 야채칸 등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영(대표 김성희)은 LED를 이용한 금연보조제를 소개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담배와 유사하게 생긴 막대기를 흡입하면 수증기가 입안으로 들어오면서 담배를 피울때와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앞단에 위치한 적색 LED는 흡입시 담배의 불꽃과 유사한 빛을 내 흡연욕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밖에 농업법인 인성(대표 김인수)은 지난 2월 LED를 이용한 실내 ‘식물공장’을 국내서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식물공장은 식물생장에 가장 적합한 파장의 빛을 LED에서 추출해 기존 자연농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영농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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