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푸르덴셜생명 차세대 계약관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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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고민 중 하나는 신상품 출시와 변화의 속도는 빠른 데 비해 정보시스템의 성능과 유연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푸르덴셜생명도 지난해 11월 차세대 계약관리시스템(래디언스) 구축을 마무리지었다.

 같은 시기에 많은 금융사들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여러 면에서 타사의 프로젝트와 구별된다. 첫째는 외국의 시스템 전문회사와 공동 개발을 추진했다는 점, 둘째는 국내 법인에서 글로벌 법인에 공동으로 사용될 패키지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점, 셋째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에 기반을 둔 MDA(Model Driven Architecture)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외국계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빅뱅 방식을 채택했고, 전체 프로젝트 기간도 최초 검토를 시작한 2004년부터 계산하면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왜 이렇게 유별난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외국 패키지 시스템 업체와 공동 개발=푸르덴셜생명이 차세대 계약관리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게 된 것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까지도 한국에 진출할 당시 구축했던 외산 패키지 기반의 계약관리시스템 캡실(capsil)을 사용했다.

 김용태 푸르덴셜생명 부사장(CIO)는 “노후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업무 처리속도와 성능이 떨어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이 1980년대 아키텍처로 구성돼 있어 새로운 업무요구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패키지 시스템의 장점은 시장에서 검증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여러 기업들의 사용 노하우가 녹아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글로벌 보험사인 만큼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은 글로벌 확장을 겨냥해 설계와 구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IT서비스업체가 아닌 외국 개발업체를 파트너로 물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상은 전 세계 보험 패키지 개발 회사 중 경험이 많고 선진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었다. 향후 유지보수 용이성도 주요 업체 결정요소 중 하나였다.

 심사숙고한 결과 캐나다의 보험 패키지 개발사인 솔콥(HP가 인수)이 파트너로 선정됐다. 푸르덴셜생명은 2005년부터 캐나다에서 프레임워크와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파일럿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됐다.

 김 부사장은 “패키지의 단점은 이미 형태가 갖춰졌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 작업이 많다는 것”이라며 “이런 작업을 줄이기 위해 공동개발이라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개발은 솔콥이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제공하고 그 위에 푸르덴셜생명이 비즈니스 로직을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부사장은 “검증된 패키지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코볼 위주의 시스템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 싶었던 것도 공동개발의 이유 중 하나”라며 “공동개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개발과 유지보수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MDA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푸르덴셜생명은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비즈니스 로직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런 노력 끝에 지난 해 11월9일 래디언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계획단계인 2004년부터 계산하면 5년이라는 기간이 걸린 셈이다. 테스트 기간도 통상 3~4개월 정도인 타 보험사에 비해 무려 3배나 더 걸렸다. 공동개발이라는 방식을 채택해 오랜 기간 프로젝트가 진행됐기 때문에 테스트 기간도 그만큼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시스템 오픈 후 운영한 종합상황실을 2주만에 해체하고 평상시 운영체제로 전환하게 하는 결실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신상품 개발 시 시스템 내부 구조를 많이 변경하지 않고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됐다”고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를 설명했다.

 IT 측면에 있어서는 MDA 방식의 계약관리 패키지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MDA 방식은 업무 로직을 프로그램 코딩이 아닌 모델에 삽입해 모델만으로 시스템의 유지보수가 가능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김 부사장은 “MDA 방식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속도 등의 문제로 인해 일부 시스템에만 적용돼 왔다”며 “하지만 푸르덴셜생명은 정보계를 제외한 보험처리계 전체에 걸쳐 MDA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MDA 방식을 통해 시각화된 3가지 모델링 툴로 화면 설계, 업무로직 설계, 계산식 구현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청약서와 보험금 등 심사업무에는 룰 기반 시스템을 적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푸르덴셜생명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SOA 사상을 반영함으로써 현업의 요구사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서비스의 재사용성이 높아졌다. 또한 가입한도와 같은 비즈니스 룰은 별도의 룰 엔진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향후 변경 시에도 손쉽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구현됐다.

 각종 이자나 날짜 계산 등 모든 계산식은 통합 관리되고 공통으로 사용하게끔 시스템을 구현해 중복 개발로 인한 운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최소한의 커스터마이징으로 해외 법인에 적용 가능=김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도전사항은 해외 업체와 공동 개발을 함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이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김 부사장의 얘기다.

 현업과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였다. 김 부사장은 초기 업무를 정의할 때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현업 부서와 공동체 의식이 생겨 많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이런 도전사항 외에도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아쉬웠던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업무 매뉴얼의 준비가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평소에 상세한 수준의 업무 매뉴얼이 문서화 돼 있었다면 프로젝트의 진행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서화가 되지 않아 프로젝트 중간에 정의되지 않은 상세 프로세스와 업무들이 발견돼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속도 개선에 대한 이슈도 큰 아쉬움 중에 하나이다. 데이터의 처리 건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 자연스레 속도 지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사전 분석을 통해 해결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부분 중 하나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 계약관리시스템은 향후 각국에 있는 해외법인들이 신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신설법인이 설립될 때 구축될 시스템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푸르덴셜생명 법인들은 판매상품이 비슷하기 때문에 국가간의 규제 부분 등 최소한의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차세대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현재 클라이언트/서버 기술로 개발돼 있는 여러 시스템들을 웹 기반에 SOA 기술을 적용시킨 시스템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최종 사용자와 시스템 사용자의 만족을 위해 장애와 오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