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회색 빌딩 숲 `색다른 터치`

 ‘클린 시티’라는 단어가 더 유명할 정도로 환경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관리를 자랑하는 싱가포르가 에너지효율 향상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4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청사진’ 비전 발표를 필두로 환경 및 에너지분야에서 제2의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수자원 확보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녹색건설과 녹색빌딩 △수송분야 효율 향상 등의 내용이 담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청사진’에는 각 분야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관련 분야에 10억싱가포르달러(한화 약 8870억원)를 투입한다.

 온실가스배출량을 제한하거나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을 계획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강도 높은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각 분야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4대 핵심분야 중 가장 큰 조명을 받는 분야는 단연 그린빌딩 분야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청사진’에는 싱가포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상업·공공 빌딩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강력한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 계획이 담겨있다.

 청사진에 따르면 2030년까지 그린마크를 취득한 친환경 건물의 비율이 싱가포르 전체 건물의 80%를 넘어야 한다. 2009년 그린마크를 획득한 건물의 비율이 1%에 불과한 것을 보면 앞으로 20년간 싱가포르 건물분야에서 녹색바람이 얼마나 거셀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계획으로 장기적으로 연간 16억싱가포르달러 규모의 에너지 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건물 에너지효율 향상과 친환경화를 통해 건설 모래 등 건설 자재의 수입을 줄이고 친환경자재 및 재활용 자재의 활용을 늘려 자국 자재를 보호하고 재활용률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위한 당근과 채찍도 준비도 두고 있다. 원활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건물용 그린마크 인센티브 제도, 그린마크 보너스 GFA제도 등 기존 또는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 또한 제공된다. 반면 건물 녹색화와 관련해 업계의 노력이 미흡할 경우 법제화를 통한 강제 추진도 불사한다는 계획도 천명한 상태다.

 먼저 교육과 홍보를 통해 건설업계의 녹색화를 유도하고,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지속가능한 건설 환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녹색자재 사용 및 재활용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강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싱가포르의 녹색빌딩 관련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찍이 동남아시아 건설시장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국내 건설사와 현지 기업 간의 업무공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 건설사 이름 또한 현지인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힌 상황이다.

 우리나라 건설사 대부분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시공을 담당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현지에서 그린마크를 획득하는 경우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 상업용 빌딩 중 최초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공동주택도 우리나라의 건설사가 시공한 것이다.

 싱가포르 건설청(BCA)의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BCA아카데미 건물은 이제 동남아시아 최초의 에너지 제로화 건물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27일 에너지제로화 건물로 공식 개장한 BCA아카데미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한 싱가포르 정부가 그린빌딩의 이정표로 만들어낸 야심작이다. 총 1100만싱가포르달러가 투입된 이 건물에는 태양광발전설비를 비롯한 다양한 녹색기술이 반영돼있다.

 유사한 규모, 구조의 건물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40∼50% 높고 이를 통해 연간 9만달러 가량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국 학생은 물론 외국인들의 견학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싱가포르의 건물에너지 절약에 대한 노력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도 하고 있다.

 건물에 적용된 기술을 살펴보면, 먼저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설비가 가장 눈에 띈다. 건물 지붕과 벽면에 설치된 패널과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설비(BIPV)에서 생산해내는 전력량만 해도 연간 20만7000㎾h. 이 전력은 주로 건물 전체의 조명과 냉방을 책임지고 있다.

 옥상에 자리 잡은 태양광 굴뚝은 에너지의 투입 없이 햇빛으로만 환기를 가능하게 하는 설비다. 태양복사열을 잘 흡수하는 재질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굴뚝이 가열되면 건물 내부의 더운 공기가 상승해 외부로 같이 빠지게 되고 그사이 온도가 낮은 공기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 환기는 물론 온도 또한 낮추는 효과가 발생하는 원리다.

 또, 옥상과 건물 난간에 설치된 태양광수집장치는 건물 내부의 조명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모인 태양광이 설비 안의 거울을 통해 건물 내부로 흘러 들어가 조명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BCA아카데미에는 실내의 환기와 냉방을 위한 에너지 절약형 공조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BCA아카데미에 적용된 설비와 에너지절약 기술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홍보관까지 마련돼 있어 건물에 적용된 에너지절약 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린마크제도= 건축물 그린마크 제도는 BCA가 지난 2005년 1월 도입한 것으로 에너지·물 사용 효율성과 녹색기술의 적용 등을 평가해 건물의 녹색화 정도에 따라 그린마크 인증, 골드·골드플러스·플래티넘 등 4개의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하는 제도. 싱가포르는 그린마크 제도가 시행될 경우 연간 15억싱가포르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최호기자 snoop@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