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어렵게 입학한 새내기 시각장애인 A양, 마케팅수업에서 기업과 공공기관의 홍보마케팅 활동 사례에 대한 과제가 받았다. 스크린리더(시각장애인을 위해 홈페이지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기업 및 공공기관의 정보를 웹서핑하던 그녀는 시각장애인 전용읽기 프로그램으로 홈페이지 구성을 하나씩 읽어나가다가 낭패를 겪었다. 온통 그래픽으로 치장돼 있는 홈페이지를 만나면 시각장애인 전용읽기 프로그램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오류가 발생한 때문이다.
장애인 관점에서 인터넷 정보 접근성 등을 평가하는 ‘평등한 인터넷 소통지수’가 매년 공개된다. 장애인이 직접 조사에 참여하는 인터넷 소통지수 평가는 처음으로 향후 인터넷 세상에서의 장애인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인터넷커뮤니케이션협회(회장 박영락)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 신용호)는 최근 ‘평등한 인터넷 소통세상’ 구현을 목표로 장애인이 평가하는 ‘평등한 인터넷 소통지수’를 23일 공개했다. 조사결과 국내 대기업과 지자체, 정부기관 등 대부분이 장애인 대상 인터넷 소통지수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지수를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할 계획이다.
두 기관은 최근 산학연이 공동 개발한 인터넷고객만족지수(ICSI)를 활용해 장애인이 직접 평가에 참여는 방식으로 첫 평가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된 행정안전부의 ‘공공기관 대표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 실태조사’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한국인터넷커뮤니케이션협회와 고려대(미디어학부 김성태 교수)가 공동으로 ‘인터넷 고객만족지수’를 장애인에게 맞게 수정·보완한 평가지표를 활용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사회에서 공공성이 크게 요구되는 공공기관·준정부기관·지자체와 기업이다.
국내 1000여개(300대 기업, 268개 지자체, 255개 준정부기관, 145개 기타기관) 사이트를 평가한 결과 기업은 평균 65.4점, 광역지자체는 78점, 기초지자체(시)는 72점, 기초지자체(군)은 68점, 기초지자체(구)는 71점, 공기업 등 준정부기관은 75점, 병원, 도서관, 미술관 등 기타기관은 77점 등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경우 민간기업보다 웹접근성을 포함해 정보제공과 활용도 측면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은 아직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준수 의무기관이 아닌 것이 원인으로, 민간기업은 사실상 장애인 웹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전무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됐다.
신용호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장은 “평등한 인터넷 소통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측이 주도한 웹 접근성에 대한 평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접근성을 비롯해 정보 제공성과 활용성 부분도 평가에 추가해야 한다”며 “장애우들의 온라인 권익과 평등권을 위해, 국내 최초로 장애우 관점에서 개발한 평가지수를 도입하고 장애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웹 접근성 및 활용성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커뮤니케이션협회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번 첫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성 및 정보제공, 활용측면의 평가모델을 보완해 평가를 정례화함으로써 우수한 인터넷 소통 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두 기관은 이번 평가를 통해 우수 사이트로 선정된 기업(기관)에 대한 ‘평등한 인터넷 소통대상’ 시상식을 오는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프레스클럽에서 개최한다. 이 행사는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화재가 후원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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