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계 “해외 공략만이 살 길”

업계, 국내 수요 당분간 한계…공장건립 등 진출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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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은 너무 좁다. 해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야 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 전기차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가속이 붙고 있다. 당분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시장을 선점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는 포석이다. 특히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개도국 정부는 한국 전기차 업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자국 내 전기차 제조기반을 유치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올해안에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CT&T(대표 이영기)는 지난달 스페인 자동차부품 업체 피코에 전기차 1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북경기차집단과 손잡고 현지에 연 5만대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 회사는 우회상장을 통해 사업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모았기에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ATTR&D(대표 김만식)은 지난달부터 동남아 국가 정부들의 러브콜이 잇따르자 저속전기차 공장을 현지에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에 단종했던 저속전기차 인비타 모델을 현지 실정에 맞춰 하반기부터 재생산할 계획이다. AD모터스(대표 유영선)는 최근 경기도 화성에 연간 8000대 생산규모 전기차 공장을 준공함에 따라 내수는 물론 미국·유럽 시장에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오로라(가칭)로 알려졌던 저속 전기차의 명칭을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무공해 전기차로 바뀌는 의미에서 체인지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29일 부산모터쇼에서 체인지 모델을 처음 공개하고 다음달 서울 역삼동에 전기차 전시장을 오픈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다.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 전기차 업체의 공장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은 자동차 산업 기반이 취약하지만 전력자원은 풍부한 개도국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려는 경우가 많다. 우즈베키스탄과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지아·몽고·네팔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업계의 저속전기차 양산이 당분간 공급과잉이기 때문에 해외진출은 생존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춘 CT&T를 제외해도 연말까지 자체 브랜드로 저속전기차를 출시할 중견기업은 7∼8곳에 달한다. 대부분 전기차 회사들은 하반기에 각각 연산 8000∼1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저속전기차의 올해 내수판매는 기껏해야 1만대 남짓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할 입장이다.

이정용 레오모터스 사장은 “일주일에 한 두번은 공장유치를 상담하겠다는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외국 정부가 생산라인을 이전할 경우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지만 그만한 재정능력이 있는지 기술유출의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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