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자대국을 향하여] 디스플레이 2.0 시대를 연다 (1)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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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은 20여년에 이르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역사에서 ‘신화(神話)’를 완성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라던 글로벌 금융 위기 한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경쟁 업체들을 확실하게 제압하며 압도적인 시장 선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양 사의 대형 LCD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이 사상 처음 과반을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최대 경쟁국인 대만과의 격차도 20%포인트 이상 벌리는 데 성공했다. 또 차세대 제품인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출범 1년 만에 시장을 석권했다. 바야흐로 디스플레이 한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LCD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본지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공동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현황과 기술적 과제 및 전망 등을 짚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2020 전자대국’을 향해 최일선에서 진군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지난해 국내 평판디스플레이 업계의 총수출액은 265억2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3.2% 성장하며, 반도체(310억달러)·휴대폰(286억달러)과 함께 IT 수출의 삼두마차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며, 연매출 20조원을 동반 돌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처음 LCD 양산을 시작한 1995년(15억원)에 비해 매출이 1만3000배나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시작은 철저하게 미약했다. 1990년대 초반 LCD 시장에 진입에 나선 삼성과 LG는 후발주자였던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인 기반조차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시초인 금성사 안양연구소는 1990년 설립 당시 LG전선 연구소의 창고를 개조한 가건물일 정도였다. 특히 시장 진입 초기 샤프,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업체가 시장을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기술과 마케팅에서 극심한 견제를 당했다.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선 삼성과 LG는 초기 양산라인의 낮은 수율과 높은 원가를 극복하기 위해 말 그대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1995년 LCD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경제 위기에 따른 감량 경영에 나선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1997년부터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기판 크기를 채택하면서 시장 수요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차세대 라인에 투자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또 삼성전자는 노트북용 12.1 및 14.1인치 LCD 표준화에 성공하면서 일본 업체들을 앞지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도 1998년(당시 LG LCD) 세계 5위권 업체로 진입한 데 이어 1999년 필립스와의 합작을 통해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디스플레이는 한국 경제의 주요한 성장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액은 연평균 46%씩 기록적으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세계 LCD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선두 국가로 부상했다. 또 삼성과 LG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초대형 및 슬림형 LCD 패널 개발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국내 업체들이 전 세계 평판디스플레이 업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시의적절한 선택과 집중적인 투자가 단연 첫손에 꼽힌다. 반도체 신화에서도 확인했듯 양산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키며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 또 다른 신화를 일구는 배경이 된 것이다.

 현재 9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하고 있는 국내 7·8세대 양산 라인은 이 같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또 40인치 이상 대형 LCD TV 수요의 급성장을 예견하고 과감한 선택으로 시장을 창출해 나갔다. 무엇보다 독자 기술로 잇따라 개발에 성공하고 가장 먼저 도입한 구리배선, 100인치 초대형 패널 기술 등은 양산은 물론이고 기술 경쟁력에서도 경쟁 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LCD TV 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BLU) 패널과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3D 패널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시장 역성장을 다시 성장세로 전환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LCD사업부장)은 “시장은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디스플레이로 미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야흐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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