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IT통합 부처 신설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현정부가 IT관련 업무를 방통위와 문화부, 지경부 등 각 부처에 분산한 뒤 시장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보통신 전문가로 과기정통위원장까지 지낸 김 의장이 국회의장 신분으로 정치가 아닌 특정 산업에 관한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김 의장 스스로 기자들 앞에서 ‘사실(문제가) 좀 심각하다’고 말했겠는가.
현 정부 들어 끊임없이 지적돼온 IT·과학기술 정책의 난맥상은 인프라·소프트웨어·콘텐츠·서비스 등 IT생태계 가치사슬을 인위적으로 분리한 데서 출발한다. 필연적으로 중첩될 수밖에 없는 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정책수단과 효과를 억지로 떼내다 보니, 부처간 영역 다툼과 갈등이 불 보듯 뻔하다. 산하기관들 역시 다수 부처와 관련된 업무이지만, 주무부처와의 관계 속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막대한 시장창출 가능성이 바로 눈앞에 보여도 산업육성 정책과 별개로 진행된다.
IT정책 난맥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모바일 빅뱅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그동안 쌓아온 성장 동력도 점차 힘을 잃어간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IT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역대 정부는 국정 운영과정에서 난맥상이 나타나면 과감하게 보완하고 바로잡는 용단을 내렸다. 참여정부도 임기중 6차례나 정부조직법을 개편했다. 이명박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며, ‘국익에 해가 되거나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미래 지향적 조직개편 논의에 적극 뛰어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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