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환경규제를 넘어라.’
글로벌 환경규제가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연합(EU)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환경규제가 미국·일본·중국·대만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이제 해외시장 진출 자체가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민관이 손을 맞잡았다. 정부는 환경규제 대응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고 기업들에 정보와 인증 제공에 나섰다. 기업들은 이에 부응,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사전등록 등을 통해 환경규제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 차원의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은 크게 지식경제부·환경부·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에 발등의 불이 된 EU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규제에 공동 대응하면서 글로벌 환경규제 민관 합동 대처의 모범답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 부처는 지난 2008년 5월 ‘REACH 대응 공동추진단’을 구성하면서 처음 한데 뭉쳤다. 부처간 업무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과 업체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동추진단이 처음 시작한 일은 공동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드는 것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REACH 대응 현황을 파악, 부진한 기업에 직접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으로 한 일이 ‘REACH 주간’이란 행사를 한국과 독일에서 동시에 개최한 것이었다. REACH 주간은 REACH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나누고 함께 대응책을 강구해보는 자리다.
기업들은 공동추진단 활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범 6개월만에 REACH 사전등록이 321건이나 접수했다. 공동추진단이 출범하기 전에 사전등록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에 고무된 공동추진단은 REACH 주간을 ‘REACH 대응 엑스포’로 이름을 바꾸고 횟수도 연 4회로 늘렸다. 지난 9일 올해 첫 REACH 대응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동추진단은 내용을 더욱 보강해 올해에도 총 4회에 걸쳐 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이다.
환경부에서는 개별적으로 REACH 도움센터(www.reach.me.go.kr)도 운영한다. REACH 동향을 파악해 국내에 알리는 역할을 맡은 도움센터는 온라인 및 대면 상담을 실시하며 필요할 경우 찾아가는 서비스도 마다않는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환경규제 대응 지원 시스템(selfcheck.smba.go.kr)’을 통해 REACH는 물론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이나 에너지사용제품(EUP) 에코디자인 지침에 대응하기 위한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사전등록과 REACH 제도 등의 이해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관련 온라인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각종 환경규제에 관한 정보도 담겨 있어 글로벌 환경규제를 처음 접하는 중소기업 담당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꾸며졌다.
지식경제부(기술표준원 포함)는 본부조직과 산하기관을 통해 글로벌 환경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기반센터와 산업기술시험원·화학시험연구원·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이다.
국가청정생산기반센터 내에 있는 국제환경규제 기업지원센터는 REACH 기업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지금은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거점지원센터다. REACH 등 국제 환경규제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담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시행되는 규제는 물론 계획 중인 규제까지 상시 모니터링해 CEO 보고서 등으로 발간하고 있다.
전기·전자·에너지 등 분야의 인증을 담당하는 산업기술시험원은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인력을 양성하는데 특화돼있다. EU 등지에 직접 전기전자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분석 데이터 관리 및 기술문서 작성 요령 등을 교육한다.
화학시험연구원은 아예 ‘REACH 기업지원단’을 구성하고 관련 홈페이지(www.krt.or.kr/reach)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거나 개발한 물질에 대해 분석 서비스와 함께 유럽 법인을 통해 REACH 등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REACH 대응전략을 수립해주기도 한다.
가구·완구·섬유는 물론 전기·의료기기 등에 대한 인증을 제공하고 있는 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역시 REACH에 대해 사전등록부터 등록서류 작성, 본등록까지 대행해주고 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삼성·LG와 같은 민간 차원의 대응 노력도 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KEA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KEA는 이미 지난 1999년 ‘전자제품재활용공제조합’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주요 대기업의 환경 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전자산업환경경영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04년에는 전자업계 300여명의 대표 인사와 공동으로 환경친화적인 경영과 제품 생산을 슬로건으로 ‘친환경 제품생산 선언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코랩 상호인정 협약을 성사시켰다. 에코랩이란 유해물질 분석기관을 뜻하는 말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RoHS에 대응하기 위해 중복되는 분석기관을 이용했었다. 두 기업은 KEA 내에 에코랩 인증 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분석기관 상호인정 지침을 만들 수 있었다. 에코랩 상호인정으로 두 기업과 관계회사들은 중복되는 인증에 소요되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하게 됐다. 최근에는 EU와 중국지역에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체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EU 기후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같은 보고서를 지속 발간함으로써 환경규제 대응에 대한 이론적·학문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현황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