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술 유출 사건 이후 반도체 업계가 일제히 침묵 속에 빠졌다. ‘혹시 우리도 문제가 될까’라는 걱정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중인 대대 기업, 대중소 기업 협력도 차질을 빚지 않을 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삼성전자 기술 유출 사건을 발표한 동부지검은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터리얼 국내 법인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빼내고 이를 외부에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영업비밀이 무엇인 지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에 따르면 공정순서, 사용설비, 물질정보, 공정변경사항 등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가 걱정하는 건 이 부분이다. 반도체 생산과 관련한 정보의 취득이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까지가 불법이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반도체나 공정 등을 개발하기 위해 소재, 장비, 화학 등 여러 협력 업체들이 논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정보들이 오픈 되고 자연스럽게 유통된다. 그런데 취득 또는 누설해선 안 될 영업비밀이 무엇인 지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정순서를 알게 됐는데, 이 정도의 취득이 스스로도 합법인 지, 불법인 지 모를 수 있단 얘기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구두로 얘기한 부분도 기소 내용에 포함됐는데 그럼 업계 현황이나 돌아가는 사정 등을 물어보는 것도 문제 되는 것 아니냐”며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상으로는 어디까지가 기술유출인지 판단하기 애매해 요즘엔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애초부터 영업비밀이 갖는 한계에서 기인하는 탓이 크다. 영업비밀은 해당 기업만 알고 있는 정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영업비밀의 성립 조건 중 하나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어떤 게 영업비밀이고 아닌 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모호한 부분들 때문에 법원이 삼성 기술유출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 지 관심이 크다”며 “어쨌든 현재로선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 이후 정부가 지원하는 소자 및 소자 기업간 혹은 소자 및 장비업체간 협력 사업에서도 협력 기업간 대화가 극히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를 걱정, 11일 포스코타워에서 ‘반도체 업계 상생협력사업 점검회의’를 열고 기술보안 및 협력 지속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해 기술유출사건으로 인한 최근의 ‘긴장 상태’가 쉽게 풀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윤건일·안석현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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