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새 CEO·이사회 제도 도입 이유는

 하이닉스 채권운영단의 CEO 교체와 포스코 형태의 선진 이사회 제도 도입 방침은 사실상 매각 대신에 독자 생존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뜻한다. 채권단은 당분간 하이닉스의 수익성을 높이고 경영을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됐다.

 ◇경영권 매각 사실상 포기=채권단은 두 차례에 걸친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채권단은 효성의 자진 철회 이후 최소 15% 지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보장하고, 인수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 조건까지 내세웠다. 채권단은 이례적으로 인수의향서 마감일을 설 전까지 2주 동안 연장하기도 했지만 끝내 인수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채권단은 결국 경영권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채권단과 초기에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CEO 교체 방침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연장 기간에도 인수자가 없자 매각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CEO를 교체한 것 아니겠냐”며 “유력한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채권단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채권단은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 지분(28.1%) 가운데 13% 정도만 처분하고 나머지 15%를 보유,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다.

 ◇매각 무산, 향후 대안은=채권단이 그리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는 ‘포스코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지배구조와 관련해 포스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수와 권한 등을 채권단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뚜렷한 단일 최대주주 없이 지분이 분산됐으며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한다. 사외이사 수가 총 9명으로 사내이사 6명보다 더 많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이사회가 내부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하이닉스 채권단도 포스코처럼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이사회가 내부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차기 CEO 후보는=채권단은 새 CEO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효율적인 경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후임자를 찾겠다”며 “특히 하이닉스 경영정상화에 공적이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진석 부사장과 박성욱 부사장, 권오철 전무, 김민철 전무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최진석 부사장은 제조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세계 최저 수준 제조원가 달성을 주도하고, 4년 연속 최고 수준의 매출 증가율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은탑산업훈장 수상했다. 권오철 전무는 전략기획과 재무 분야에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초 김종갑 사장 선임 당시에도 CEO직에 도전했다. 박성욱 부사장은 미국 생산법인을 담당했으며 현재 하이닉스 연구소장을 맡았다. 4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김민철 전무는 삼성코닝에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하이닉스 구매실장을 거쳐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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