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20대 직장 여성들의 삶을 엿보자

Photo Image

 ‘20대 직장여성’ 이 단어는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는 왠지 훈장처럼 느껴진다. 치열한 취업의 문을 뚫고 직장인이 된 여성의 삶은 과연 어떨까. 이번에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본만화 두 편을 추천해본다. 두 편 모두 20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일본만화 특유의 세밀함으로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순정만화’란 여자들의 사랑타령이나, 남자에 대한 환상만으로 가득 차 있을 것 이라는 편견을 가진 독자라면 더욱더 봐야 할 작품들이기도 하다. 여성으로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추천할 만화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벌어지는 일상을 재치있게 그려낸 ‘오전 3시의 무법지대’다. 20대 초반의 주인공인 모모코는 멋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리라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취직한곳은 빠친코 기계에 POP광고를 납품하는 작은 디자인 업체다.

 아침에 출근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는 일상은 바람일 뿐. 거의 매일을 새벽 3시까지 일하는 일상이 지속되고, 늘 꿈꾸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은 멀기만 하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남자친구와 멀어지기도 하고 회사일로 울컥할 때마다 사표를 써서 서랍에 넣어두기도 한다. 사회 초년생답게 매사가 사고투성이. 사회의 모든 것이 힘이든 모모코. 하지만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하나둘씩 찾아가는 모습을 발견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흐믓한 미소를 짓게 된다.

 열심히 살다보면 어느덧 나이를 먹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터. 직장에서 꿈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여성으로서의 삶을 찾아 가정을 꾸려야 할지 갈래길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고민에 직면한 20대 여성을 만나고 싶다면 ‘리얼 클로스’를 읽어보자.

 신주쿠에 위치한 대형백화점 ‘에치젠야’ 이불매장에서 5년째 근무하는 주인공 아마노 키누에. 평소 패션 같은 건 인간의 껍데기를 꾸미는 것이라 생각했던 키누에게 여성복매장으로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이 통보된다. 직원들이 선망하는 백화점 내 최고의 부서로의 이동이지만 그만큼 모든 것을 걸고 일을 해야 한다.

 또 키누에에게는 오래된 연인이 있으니, 일과 결혼 둘 중에 하나는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닥쳤을 고민들을 백화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풀어내는 솜씨가 빼어나다. 이불매장에서 수수하게 근무하던 주인공인 키누에가 첨단의 패션을 경험하면서 점점 신데렐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이러한 재미를 인정받아 일본 현지에서는 TV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두 작품을 읽는 독자는 아직 20대라면 과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미 20대를 지나온 상황이라면 지나간 청춘의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소하지만 작은 일상의 차이를 잡아내는 순정만화만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만화규장각 콘텐츠 기획담당 bride100@par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