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유출 따른 구매전략 변화 불가피

　일각에서는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A사의 의존도를 점차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A사가 방대한 기업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던 것도 설비투자시 삼성이 A사에 지나치게 의존한 게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구매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고객사 정보를 경쟁사 영업에 사용하는 장비 업계의 오랜 관행에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A사가 워낙 큰 장비업체인 탓에 삼성이 A사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정보보안에 허점을 드러낸 만큼 반도체를 비롯한 LCD 분야에서도 구매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A사는 전공정 핵심장비인 증착장비(CVD)와 반도체 패턴을 형성시켜 주는 건식 식각장비(드라이에처) 분야서 세계 1·2위를 다툰다. 삼성은 반도체 신규라인 구축 시 필요한 CVD의 절반을 A사, 나머지 절반을 국내외 업체로부터 구매했다. 드라이에처의 경우 라인에 투입되는 양의 약 30% 정도가 A사 제품이다. 나머지는 미국 램리서치·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다.

　삼성이 A사 의존도를 낮출 경우, 그 물량을 이어 받을 국내 업체가 어디가 될 것인지도 주요 관심사다. 우선 CVD 분야에서는 IPS·아토·테스 등 기존 협력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CVD가 반도체 장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은 이 분야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드라이에처는 당장 주요 협력사였던 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의 점유율이 올라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회사인 세메스, 역시 국산 업체인 디엠에스 등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A사가 반도체 외에도 LCD·태양전지는 물론 최근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분야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여파는 다른 산업군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영업과정에서 얻어지는 고객사 정보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장비업계의 오랜 관행이 종지부를 찍을지도 관심이다. A사의 경우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정보를 이용해 다른 반도체 업체에 장비 공급을 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찬우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차장 검사는 “A사는 삼성전자의 기술정보를 아무 죄의식 없이 경쟁사에 넘겼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며 “협력사를 통한 국가 기술 유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됐던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 정보를 빼내 경쟁사에 흘리는 것은 30년이 넘은 장비 업계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관행에도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안석현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