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혁신·그린에너지 산업화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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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관리공단과 KEPCO(한국전력) 전력기반조성센터,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등에 흩어진 에너지 연구개발(R&D) 조직이 지난해 5월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한국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으로 통폐합되면서 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준현 초대 원장이 부임한 지도 벌써 해를 넘겨 8개월이 지났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 “국가에너지 정책의 절대선은 결국 ‘기술’로 에너지 기술에 국운이 걸려 있다”며 “임기 3년 내 연간 사업규모를 1조원대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일까. 올 예산은 6000억원대였던 지난해보다 18% 이상 증가, 인력비까지 더해 8000억원을 넘겼다. 머지않아 1조원을 넘길 태세다. 녹색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올해 에기평의 경영화두로는 무엇을 들 수있습니까.

▲올해의 경영화두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R&D 지원 체계 혁신입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R&D시스템 혁신방안’과 연계해 에너지 R&D의 새로운 지원체계을 마련하고 이를 정착시키는 ‘R&D 지원체계 혁신 및 새로운 시스템 정착’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최근 예산규모나 연구성과 등 에너지 R&D 분야는 급격하게 팽창하는 반면에 이를 관리하는 제도와 시스템의 발전은 더딘 게 사실입니다. 올 한 해 낡은 제도와 시스템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정착시키는 데 매진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그린에너지 기술의 산업화입니다. 그린에너지 기술개발 성과를 산업화로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지경부 R&D사업은 실용화·사업화 기술개발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특히 ‘녹색성장’을 이끌기 위한 에너지기술은 수출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해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녹색기술진흥본부’를 두고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할 ‘녹색기술 실증·인증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개발된 기술이 산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기술개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계획입니다.

 -취임 1년이 다 돼 가는데 자평하신다면.

 ▲에너기기술평가원은 국가 에너지 R&D의 기획·평가·관리 일원화·선순환 구조 확보를 위해 지난해 5월 4일 출범했습니다. 벌써 8개월가량 지났습니다. 지난해는 4개의 각기 다른 조직문화를 융합해 에기평만의 새로운 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한 해였다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저탄소 녹색성장’에 에기평의 역할과 시기가 매우 중요함을 인식했고 우리부터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원의 변화’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린에너지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R&D 평가체계 개선’ 등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내부의 문제점도 파헤쳐 보고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찾는 등 의미있는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각기 다른 4개 기관의 직원들이 모여 소통문제가 제기됐는데 원장님만의 해법이 있으시다면.

 ▲각기 다른 곳에서 역량과 노하우를 키워 온 직원들이 소통하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고 ‘에기평 비전을 위한 스스로의 역량 강화’라는 해법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에기평 출범 시부터 주요 역할인 ‘국가 에너지 기술개발의 중장기 비전 및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개개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식견과 전략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흐름과 정책, 추진전략 등의 폭넓은 인식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에기평이 단순한 행정관리조직이 아니고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데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주효했습니다. 개선된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조직문화가 형성된 점도 도움이 됐습니다.

 -과제선정이나 심사 과정에서 야기되는 불만을 해소하는 것도 노하우일 텐데요.

 ▲과제신청 기관은 곧 고객입니다.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심사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불만은 전문성 또는 공정성에 대한 것입니다. 에기평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선된 시스템으로 체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선 평가위원 구성에서부터 객관적인 검증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평가위원 검증절차를 두고 평가위원의 자질과 자격요건을 강화해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평가위원 적격성 공동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전문성과 공정성·성실성 등 평가위원의 활동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불성실·부적격 평가위원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평가위원의 활동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해 평가이력과 성향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관리할 계획입니다.

 평가심의 시 담당 간사의 개입도 최소화하겠습니다. 전담기관이나 외부의 영향력이 반영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죠.

 마지막으로 평가시간을 충분히 배정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과제당 약 30분 수준이던 평가시간을 과제당 한 시간 이상으로 늘려 과제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심층 토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도적 보완에 앞서 과제 제안자와 평가자 모두가 연구계획을 당당하게 밝히고 투명하게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분야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합니다. 세계적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만 산업 파급효과가 큰 태양광 680억원을 비롯해 연료전지 508억원, 풍력 372억원 등 2056억원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됐습니다. 올해에는 작년 대비 16.7% 증가한 2400억원까지 지원을 확대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간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평가원 내부역량 강화와 에너지기술 전문인력 양성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평가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내부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공계 석박사 인력뿐만 아니라 정책·기획 등 인문사회 분야의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기술과 정책이 융화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해외 네트워크와의 인적교류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브룩헤븐과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인력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한 적도 있습니다. 학계와 산업계 에너지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약 400억원 규모로 에너지 분야의 석·박사 및 학부생 양성을 위한 지원, 산업체 직원 재교육을 위한 지원프로그램 마련 등 그린에너지 기술관련 인력양성에 투자했습니다. 올해는 정책과제를 통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심층 분석해 국가차원의 인력수요 및 공급을 분석·지원을 체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융·복합 기술에 대한 맞춤식 인력양성 지원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임기간에 이루고 싶거나 남은 과제가 있으시다면.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서 보듯, 세계 현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법입니다. 더불어 기후변화대응의 핵심은 에너지기술이라는 것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기술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그 이면에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기술 분야의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얽혀 있고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이 같은 세계적 에너지기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기술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투자분배와 핵심 원천기술이 개발돼야 합니다. 현재 투자 중인 에너지 분야는 머지않아 그 성과가 눈부시게 실현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투자가 에기평의 역할입니다. 초대 원장으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비록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반드시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데에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에기평이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녹색기술 예산과 정부 지원

 정부의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지원규모는 2006년부터 5년간 연평균 20%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6년 3824억원에서 올해 7962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특히 산업파급효과가 큰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자원기술개발 부문에 예산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2010년에는 △에너지자원 기술 개발 사업 2100억원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사업 2400억원 △전력산업 원천 기술 개발 사업 1136억원 △원자력 발전 기술 개발 사업에 640억원 등이 지원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에너지·자원 기술분야는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기술로 성장동력화가 가능한 청정연료와 그린카·에너지저장 기술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며 자원안보 강화를 위해 자원탐사·개발 분야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원자력 분야는 지난해 말 ‘UAE 원자력발전 수주’라는 쾌거에 힘입어 앞으로도 한국형 원자력 기술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전년에 비해 60억원가량 늘렸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전체적인 예산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에 비해 예산 규모가 세 배가량 늘었다. 국제기술을 선도하는 수준까지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준현 에기평 원장은 “에너지기술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심축”이라며 “이는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강화뿐만 아니라 수출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성장동력를 확보한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준현 원장은

 1956년 5월 경남 진주생으로 부산 사대부고를 나와 부산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일본 도호쿠대학으로 유학, 에너지 분야와 원자력 분야에서 각각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0년 8월 부산대 교수로 부임한 뒤 부산대 BK21 사업단장·기계공학부장·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가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맡아 대외협력과 정책기획 등을 담당했다.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수행한 원자력 전문가로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에서 에너지 및 원자력 관련 업무에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기관장은 씹히는 맛으로 산다’는 그는 직원들의 불만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 한다. 오랜 기간 대학에서 근무한 만큼 인력 양성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한 예로 그는 에기평의 한 층을 기술정보실로 꾸몄다. 각종 콘텐츠로 채워 놓은 독립적인 공간이다. 직원들이 자기계발은 물론이고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원장은 훤칠하고 다부진 체격만큼 운동을 즐긴다. 테니스와 수영은 수준급. 등산과 골프도 좋아한다. 만능 스포츠맨일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지만 취임 후에는 시간관계로 수영·등산을 주로 하고 있다. 부인 김현순씨(51)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으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주로 등산을 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독서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넛지(Nudge)’라는 책을 통해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 조직에서 사람문화를 고민하고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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