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온실가스감축-철강·석유화학·시멘트 난감…에너지·건설 업계엔 기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7년 제조업 CO2 배출 현황

정부는 지난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은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동안 에너지효율 향상에 많은 투자를 기울여 온 기업들은 앞으로도 자발적인 온실가스 저감 활동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신재생에너지업계나 건술·건축업계 등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분야별·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에 미리 귀를 기울여봤다.

◇산업계 “무리한 감축 목표는 기업경쟁력 악화”

“마른 수건을 짠다는 심정으로 정부의 감축 목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 업종별 세부 할당에 대한 한 정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가 발표한 감축 목표에 따르면 산업계는 2020년 배출 전망치의 1∼6%를 절감해야 한다. 가정·상업·운송 분야의 감축 목표가 30%를 넘기 때문에 산업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분야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등 산업계 대표단체들은 지난해 10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저탄소 녹생성장기본법(안)에 대한 산업계 건의문’을 제출하고 정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해 왔다.

산업계는 건의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다소비 업종인 철강·석유·시멘트·화학 분야의 에너지효율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과도한 감축의무는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 기준 산업계 온실가스의 72.7%를 차지하고 있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업종의 에너지 원단위 지수는 철강업종 99, 시멘트·화학·정유 100으로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원가절감 차원에서 이전부터 계속 에너지 절감을 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유지되지 못하면 기업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에 따르면 사업장별 목표 의무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시행될 경우 주요 산업의 생산비가 2020년에 최고 7조400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철강산업의 경우 온실가스를 2010년 대비 2013년 5% 감축 시 연간 9천억원의 경제적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다소비 업종이라고 하는 주력산업은 우리나라 고용 46.7%, 수출의 71.9%를 차지하고 있어 기업경쟁력 약화가 국가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 민간 부문 등으로 역할 분담해야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팀장은 “코펜하겐에서 구속력을 띠는 국가별 의무감축량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계에 할당량을 무리하게 부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산업계보다 감축여력이 풍부한 건물, 교통, 민간 부문에서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의무감축국가 중에서 강제할당을 하는 나라가 없고 의무감축국가 중에서도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감축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인도 등이 의무적 감축 목표에 대해 수용불가를 선언했고 일본의 경우 의무감축국이지만 강제 감축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법령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 최 팀장은 “감축량이 할당될 경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업장은 결국 감축분을 구입해야 하는데, 사실상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EU에서도 배출권거래제도의 기본 취지가 변질돼 악용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녹색성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설비 측면에서 자발적인 녹색화를 추진하고 녹색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신성장 동력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똑같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할당 받아도 철강이나 석유화학 업종 같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분야는 훨씬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같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보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분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위도 산업계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고 부문·업종별 특성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기본입장을 바탕으로 보호가 필요한 업종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온실가스 감축, 새로운 기회로 작용 가능하다.

국가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로서는 무거운 짐이라는 것에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는 분야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2의 중흥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신재생에너지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풍력·태양광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연료전지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의 2배인 95조원 수준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건설·건축분야도 녹색건축물 시대가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중기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실천전략 및 각계 역할’을 보면 산업계는 물론이고 녹색건물·녹색교통·녹색소비/생활 등의 분야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조욱희 삼성물산 친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에너지 절감 건축물은 공법, 자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축비용이 상승하고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어져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 에너지절약형 건물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격도 점차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물의 외벽체나 단열 분야 등에 보다 세분화된 에너지 절감 기준을 만들고 건물 에너지 향상을 위한 리모델링 기준 등이 만들어지면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생산고용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건설·패러다임을 정착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가전·수송 부분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든 가전제품의 고효율화가 진행되고 있고 조명분야에서는 그동안 경제성이 의문시되던 LED조명제품의 단가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업종별 감축이 시작되고 그와 관련된 제도들이 시행되면 교통·물류비용 등 생산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녹색제품의 구매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옥주 녹색성장위원회 과장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생활부분의 역할과 기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센티브와 규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녹색소비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기준 5억9400만톤으로 1990년보다 99% 증가했다. 증가율은 1999년 9.7%였던 것이 2005년 0.7%까지 둔화된 상황이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약 1.2% 수준이고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16번째 해당한다. 누적배출량도 전 세계의 0.7%로 전 세계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누적배출량 기준으로 1900년부터 2000년까지 70억톤을 배출했고, 그중 40억톤을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집중 배출했다.

우리나라의 총배출량 연평균 증가율과 CO? 집약도(톤CO?/100만원)는 하락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소득 증가와 인구감소에 따라 1인당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7년 기준으로 총 2억2445만톤CO?로 이중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업종의 배출량이 전체의 72.7%를 차지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