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특허 중심의 평가시스템 개선돼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연구수준 국제진단 결과

세계 과학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 역량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연구과제중심제도(PBS)식 정부 지원과 논문·특허 중심의 평가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 내부협력을 통한 대형 과제 도출 및 과학 전략계획 수립도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13일 기초기술연구회(이사장 민동필)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관 출연연 연구수준 국제진단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진단 대상이 된 출연연은 기초연이 소관하는 13개 기관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등 5개 기관이다. 이번 진단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연구역량 평가로서는 처음으로 14명의 외국 전문가 심사단을 구성해 이뤄졌다.

먼저, 정부출연기관에 대해 과학 전략계획의 자문을 위한 과학자문위원회를 설립,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통사항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지나친 논문 및 특허를 유발하는 평가시스템이나 PBS식 연구비 지원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상 기관별로 보면 진단위원들은 KIST에 대해선 기술적 중요성을 가지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및 외국 신진연구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 탁월한 성과에 비해 홍보가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생명연은 특허 및 산학연 협력은 활발하지만 내부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장비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과기정보연은 서비스제공자에서 가치제공자로 변화할 것을, 해양연은 국제협력을 촉진할 것을 주문했다. 극지연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대학 및 출연연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생명연의 진단위원장을 맡은 울프 네르바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대표이사는 “한국의 출연연들의 연구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만큼 보다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경쟁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협력의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싱클레어 스탠퍼드대 교수 등 해외 선진연구기관의 국제평가위원 경험이 있는 석학들을 각 기관별 진단위원으로 선임해 서면진단과 현장실사의 과정을 거쳐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이번 결과는 출연연의 향후 계획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연구기관들이 스스로 이번 진단결과를 해당 기관의 중·장기 발전방안에 녹여내야 하며 정부의 출연연 선진화 및 구조조정 계획에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국제진단은 우리나라 출연연에 처음으로 시도되는 해외 평가로 출연연 연구수준의 국제적 위상을 파악하고 진단 결과에 대해 국내외적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으며 나머지 기초연 소관 8개 출연연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국제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