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 `작은 고추` 슈퍼마이크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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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슈퍼마이크로 본사의 서버 생산라인.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맞춤형 서버를 조립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서버는 400여개 해외 협력사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1993년 대만 출신의 찰스 리앙이 동료 1명과 설립한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17년간 HP, IBM 같은 메이저 서버업체의 공세를 견뎌내며 서버 시장의 신흥 강호로 성장했다. 슈퍼마이크로는 경기침체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9 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도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계 CEO가 단신으로 설립한 벤처기업이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 단순한 생존을 넘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차별화’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달리 컴퓨팅 분야에서는 뒤처진 우리나라 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슈퍼마이크로는 메이저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오히려 경쟁을 피하는 역설적인 방법을 택했다. 피디아스 초우 부사장은 “슈퍼마이크로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한마디로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메이저업체가 대량생산을 통한 범용 서버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슈퍼마이크로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버를 공급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취했다. 슈퍼마이크로는 마더보드 550여종, 샤시 1300여종, 쿨링모듈 350여종, 파워서플라이 140여종 등 각 부품별로 광범위한 라인업을 갖췄다.

 제품군 확대로 생기는 물류·생산비용 문제는 생산인력 고급화와 유연한 조직구조로 해결했다. 생산인력이 전 제품 라인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고, 시장의 흐름에 맞춰 신속하게 조직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였다.

 이는 자연스레 한발 앞선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 회사는 친환경 및 IT비용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업계 최초로 단일 시스템에 서버 2대를 탑재하는 ‘트윈’ 서버를 개발했다. 이달 초에는 앞, 뒤 양쪽에 디스크를 꽂을 수 있는 양면형(Doubled-Sided) 스토리지를 출시하는 등 슈퍼마이크로만의 강점을 살려나가고 있다.

 새너제이(미국)=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인터뷰-찰스 리앙 회장

 “슈퍼마이크로는 ‘벤처정신’을 지녔다.”

 슈퍼마이크로의 창립자인 찰스 리앙 CEO 겸 회장은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헌신(Dedication)’을 꼽았다. 직원뿐만 아니라 수백여 파트너사 모두 회사와 고객을 위해 성의를 다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슈퍼마이크로는 보통의 실리콘밸리 기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80% 이상 아시아계로 이뤄진 본사 직원들은 회사를 위한 야근과 휴일근무를 자연스럽게 여긴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CEO가 직원 수백명을 소집하는 회의도 매주 네 차례나 열린다.

 이처럼 독특한 기업문화의 중심에는 리앙 회장이 있다. 그는 “슈퍼마이크로 직원은 1000명이지만 파트너사의 직원들을 더하면 사실상 5000여명인 셈”이라며 “이들 모두가 진심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이후에도 슈퍼마이크로의 ‘벤처정신’은 유효하다. 리앙 회장은 “IPO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금 여유도 생겼지만 슈퍼마이크로는 여전히 ‘공격적인 벤처정신(aggressive start-up mentality)’을 지닌 기술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기조에 맞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리앙 회장은 “한국은 메모리·디스플레이·통신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IT강국”이라며 “한국 비즈니스 지원을 위해 곧 한국슈퍼마이크로 사무소에 기술지원팀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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