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 일본 기업들의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이 자랑하던 가전기업의 수익을 모두 모아도 삼성전자의 수익총액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급기야 일본 기업의 세수 감소로 지난 4∼9월 일본 정부가 기업에서 거둬들인 법인세 수입이 통계 작성 이후 49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거둔 돈보다 사전에 세금을 많이 걷어 돌려준 돈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적자 규모는 우리돈으로는 17조500억원이나 된다. 엔화 상승에 따라 수출길이 막히고, 금융위기 때문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자 일본 기업은 이처럼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 일본 경제전문가는 3일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일본 경제가 더블딥에 들어가지 않고 성장하지만 강력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산업생산이 위축되면서 재고율이 낮아졌다는 이유다. 국내외 전문가 역시 일본 경제는 낮은 성장률에 머무는 저성장 추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지만, 그간 일본은 우리에게 산업화 과정의 모델이었다. 우리 기업은 일본 기업을 보면서 글로벌 시장을 배웠고 생존 논리도 배웠다. 일본의 경영학이 CEO에게 모범답안이던 때도 있었다.
선두를 유지하던 일본 기업이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 엔고로 연거푸 주저앉고 있다. 선두였던 일본기업의 탈락은 우리에게 기회가 된다. 하지만 엄청난 기회비용도 들여야 한다. 일본 기업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겉으로는 한국을 배우겠다면서, 예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칼을 갈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본 기업이 어떻게 좌절했는지, 그리고 경제불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배워둬야 한다. 일본은 아직도 큰 교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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