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 과기·IT특보 특별대담-과기·IT특보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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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정부의 두 석학을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인수 후 청와대 조직개편을 하면서 ‘특별보좌관’을 신설했다. 이들로부터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견도 구하고 여론도 수렴하겠다는 취지였다. 청와대 창성동 별관에서 만난 이현구 과학기술특별보좌관과 오해석 IT특별보좌관은 현안 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대담이 진행된 지난 15일은 특보로 임명받은 지 채 2주가 안 된 시점, 두 특보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과 생각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었다. 책상에는 각 부처 및 협·단체에서 작성한 현안 문제에 대한 보고서가 쌓여 있다. 비상근직이지만 이들은 7시까지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청와대 공무원 일상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두 특보와의 대담을 통해 전자신문은 MB의 과학 및 IT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두 특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과학 및 IT에 대한 현실과 미래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두 석학이 우리나라 과학 및 IT 미래를 위해 제시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과학이나 IT가 인문, 사회, 다른 분야와 융합돼야 하고 국민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현구 과기특보(이하 이 특보)=옆 사무실을 쓰고 있지만, 이렇게 대담을 나누게 되니 새삼스럽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는 아침에 출근해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 일정을 살펴보는 게 주요 일과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 등과 업무를 상의하고 산하기관 등과도 일정을 정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국가출연연구소, 대학관계자 등과도 만나서 의견을 듣곤 합니다.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하고 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해석 IT특보(이하 오 특보)=이 특보님과 비슷한 일과라고 생각됩니다. 집에서 4시 30분 정도에 일어납니다. 5시 30분까지 신문 보고, 인터넷으로 메일 체크하고 대략 7시까지 출근합니다. 특보 발령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만남의 연속입니다. 점심은 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샌드위치를 자주 먹습니다. 정부, 기업, 협회, 정부 산하기관 사람들과 미팅하는 게 주 업무 입니다. 업계 현안을 듣고 소통하기 위해서 기업과 협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기업과 협회를 찾아가서 이런저런 소식들을 듣습니다. 정보산업연합회, NHN, 하이닉스 등도 만날 예정입니다. 토요일이 유일한 휴식시간인데, 건강을 위해 오전에 꼭 등산을 합니다. 일요일에는 주로 사무실에 나와서 일주일을 정리합니다. 2주 지났는데 체질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특보=저 역시 과기특보 위촉장을 받은 이후 많은 책임을 느낍니다. 사실 저 역시 밖에서 볼 때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카더라’ 하는 소문 수준의 얘기도 많아서 어떤게 사실인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와서 보니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 뜻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관련부처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과기계에 첨예한 현안 과제가 몇 개 있습니다. 지난해 광우병이 그 예였다면 올해는 신종플루, 사용후 핵연료 등이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식량안보도 중요합니다. 저도 과기계 현안과 의견을 전달하겠지만 청와대 비서진에서 잘 확인해서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정확한 정보와 자료가 가지고 있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보로서 복잡한 과학기술을 간결하게 이해하면서 판단할 수 있게 보좌할 계획입니다. 

 ▲오 특보=대통령께서는 두 가지가 다른 것 같습니다. 하나는 경영자를 오래해서인지 현실에 대한 숫자, 통계 등이 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피상적이 아니라 많이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실적 위주로 생각하시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두 번째는 IT를 향한 애정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특보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IT가 산업융합에 정말 중요하고 그래서 IT특보를 새로 임명했다는 말씀을 두 번이나 하셨습니다. ‘제2의 IT전성시대를 열자’고 하신 것도 IT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신 말로 이해됩니다. 제 역할 중 하나가 아마도 대통령께서 IT에 대해 더 각별한 애정을 갖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특보=과학기술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우리 경제가 회복 상승추세인데, 그게 안정이 되면 그 다음에는 과기가 이끌어가야 합니다”고 하실 정도입니다. 사실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에 교육부와 과기부 통합에 대한 저항이 꽤 있었는데요. 물론 지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인수위원이나 관계자 말씀이 초·중·고 교육은 지방에 보내고 입시도 대학으로 보내고 교과부가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부처가 된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안 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도 실망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본뜻을 이해하고 과학기술계가 좀 더 기다려보면 어떨까 싶은 느낌이 듭니다.

 ▲오 특보=그렇게 봐도 될 듯합니다. 대통령께서 ‘우리나라의 영원한 힘, IT’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미래기획위가 발표한 내용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이고 고심 끝에 나온 것입니다. 하나 덧보탠다면 거기에다가 통합을 추가하는 것도 바람직해보입니다. 그날 회의에서 나는 우리나라 IT 프로젝트에 접목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건설의 공정관리 같은 것입니다. 건설회사는 조감도를 그리고 그대로 진행합니다. 우리 IT프로젝트는 이러한 공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공정관리 기법이 적용되면 IT프로젝트 품질 개선은 물론이고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건설에서는 6층짜리 건물을 짓다가 8층짜리 건물로 고치면서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IT에는 다반사지만.

 ▲이 특보=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생각의 전달, 즉 과학기술이나 IT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오해는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오 특보=지난 2007년 전자신문과 정보산업연합회가 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는 ‘디지털 최강국 코리아를 위한 7대 전략’을 발표했었습니다. 이것이 MB정부의 IT정책의 근간으로 파악하면 됩니다. 저는 이를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하는 ‘7대 전략’, 국민의 ‘기’를 충만하게 하는 ‘3대’ 프로젝트 앞자를 따서 ‘운칠기삼’이라고 부른다.

 7대 전략은 △융합 IT를 일류국가 도약의 핵심 엔진으로 활용 △SW부문 선진국 수준으로 제고 △IT 중소벤처기업 육성 △미래형 도시 u시티 건설 △방통융합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 △밝고 건강한 디지털문화 공동체 형성 △IT로 하나되는 한반도입니다. 3대 프로젝트는 △IPTV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통신시장의 규제 완화 및 통신서비스료 인하 △안전하고 공해 없는 IT세상 구현입니다. 최근 발표된 미래위 IT발전전략도 이 범주에 있다고 봅니다. 고민 끝에 내놓은 공약이니만큼 새로운 것을 내놓기보다는 IT관련 부처가 이를 완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특보=나로호에 대해 절반의 실패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저는 성공으로 봅니다. 발사가 진행되고 1시간 뒤 실패라는 자막이 나올 때까지 온 국민의 사기가 얼마나 올랐습니까.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줬습니다. 과학기술이 국가 위상과 관련된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하나의 사례였습니다. 나중에 실패라고 해서 실망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격려했습니다. 우리 국민의식도 그만큼 올라간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걸 확인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앞으로 우리 기술로 1단을 만들 때 이러한 격려는 큰 힘이 되고 과학기술인 사기도 올라갑니다. 나로호 발사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 자료 이런 것들이 다 밑거름이 됩니다.

 ▲오 특보=맞습니다. 과학기술은 실패와 실수를 통해 성공을 배우는 가장 정직한 분야입니다. 나로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물론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지만.

 ▲이 특보=우리나라 과기계의 큰 문제는 고립돼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습니다. 피동적이고 폐쇄적인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정부 지원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과기계는 논의를 내부에서만 하지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갖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해도 무방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다른 과학과의 융합, 더 나아가 문학, 예술과의 통섭 등이 새로운 움직임으로 부상했습니다. 과기계는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하게 외부에서 활동하고 언론접촉도 활발히 해야 합니다. 또 사회과학, 더 나아가 문화예술과 교류하면서 힘도 얻고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국민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입니다. 과기계 밖에서 과기계를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과기계는 칼을 쥐고 있고, 칼자루는 다른 데서 쥐고 있습니다. 과기계의 생각을 대통령께 전달하겠지만 밖의 시각도 과기계에 가감없이 전달할 계획입니다. 이런 생각은 새로 신설된 IT특보로서는 더 고민이 되시겠지요.

 ▲오 특보=IT업계의 기대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기, 중기, 장기 플랜을 만들어 일을 할 생각입니다. 단기는 우리 IT업계 라이프사이클이 빠르다 보니 단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을 정리해 대통령께 전달할 것입니다. 2010년까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꼭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다고는 얘기 못 해도 IT 쪽에서 성과가 있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 중기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 말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이야기를 듣는 데 초점을 두려 합니다. 그래서 최근 e메일 아이디를 IT2012로 수정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간 해온 것처럼 e코리아, u코리아 외에 적어도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이른바 영원한 IT강국 코리아를 위한 비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려 합니다. 적극적인 소통에도 일조할 계획입니다. 열심히 만나겠습니다. 정부부처 간 코디네이터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경부, 행안부, 방통위, 문화부 등은 물론이고 교과부, u시티 담당 부서인 국토부도 있습니다. IT는 많은 부처가 함께해야 하는 융합적인 분야인만큼 이들 간의 조율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IT산업계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전자 정부 업그레이드도 중요합니다. 전자정부는 2.0시대에서 3.0시대로 진화해야 합니다. MB정부 역점과제인 녹색성장에 IT를 접목하는 그린 IT도 관심을 갖고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특보=저 같은 경우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이른 감이 들어서 고민 중입니다. 기초이사회와 산업이사회 소속 출연연의 업무 조정 등의 문제는 개인적인 사견입니다만, 정부에서 동일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출연연이니까요. 시간을 갖고 조율해 가야 할 것입니다. 과기계 밖의 시각으로서는 그동안 투자한 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시각교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성과를 내려면 결국 과학기술의 전폭적인 참여가 있어야 합니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녹색성장이 ‘해외근로자, 해외 기업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태양광 분야만 봐도 외국장비 사와서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우리가 해야 할 것입니다. 과기계에서 전폭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기초과학은 크게 발전하지 못한 반면에 응용·산업기술은 단기간에 올라갔습니다. 외국사람들은 우리 기술자들의 기술흡수, 확산, 더 나아가 효율을 높이는 것에 엄청나게 놀랐다고 합니다. 지금 플랜트 엔지니어링이 굉장히 성업 중인 이유 중 하나겠지요.

 1990년대 들어오면서 첨단과학기술로 나갔습니다. IT산업을 비롯해서. 지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녹색성장이 나왔습니다. 이 녹색성장은 과기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보고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한번 점프했고 녹색성장으로 한번 더 점프하면 우리나라가 순항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미국의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전부 우리가 공급합니다. LG화학, 삼성SDI 등이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 자동차가 지금은 드물지만 향후 보급이 확대되면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엄청난 기회지요. 원자력발전도 우리가 매우 유리하게 돌아갑니다. 이런 것들을 집중적으로 키워서 세계를 기술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좋은 찬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녹색성장을 정치이슈로 치지 말고 과학기술계가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도전이면서 엄청난 기회라고 봅니다.

 ▲오 특보=찬성합니다. IT산업은 녹색성장산업의 대표산업이고 견인차입니다. 이미 IT는 녹색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 영상통신 등으로 교통량이 엄청 줄었습니다. IT 자체의 에너지 절약 문제는 IT업체의 몫입니다. 어떻게 PC에서 전기 소모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 PC 업체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IT를 접목하면 새로운 녹색 성장산업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전체를 격자로 유무선 통신망을 깔게 되면 재난방재, 산불, 수해, 강수량 측정 등이 가능합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만큼 단계적으로 해야겠지만 이 같은 ‘코리아 그리드’는 하나의 비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드 망 내에서는 국민들은 단말기만 들고 다니면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오락·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RFID·USN 등과 접목하면 이산화탄소도 통합 관리할 수 있습니다. u시티 현장과 4대 강 유역에 먼저 접목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 특보=수학·과학 교육 시간 수가 주느냐, 입시에서 선택과목이 어떻게 되냐 논쟁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교 과정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나가도록 국민교육이 강화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과서, 교수법이 달라져야 하고 선생님이 바뀌어야 합니다. 열정적인 교사에게 연구비를 줘서 교재를 개발하고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도 찾아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과학이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선진국은 이런 것이 잘 돼 있습니다. 대학 교육도 융합이 중요합니다. 과학 하면 이공계만 보는데 농학도 식량분야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녹색성장이라는 분야가 따로 없습니다. 여러 분야 사람들이 같이 와서 힘을 합쳐야 하는 융합분야입니다. 녹색성장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있을 수 없고,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와서 융합적인 노력을 하는 것. 그러려면 폭넓게 다른 분야도 이해하고, 어느 정도 소양이 있어야 합니다.

 이공계 대학도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공계 학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 다른 분야 학생에도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자동차가 기계공학이 중요하지만 이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이 나오면서 기계공학만으로는 안 됩니다. 이런 융합이 발생하고 상승효과가 발생하면 국운이 피어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오 특보=대학의 문제는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큰 고민을 해야 할 분야입니다. 이공계 기피현상 등도 문제겠지요.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적인 토양이 더 큰 문제겠지만.

 ▲이 특보=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로 안 오고 의대나 법대에 몰리는 것을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오특보 말씀대로 단순히 한 가지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선진사회로 가는 성장통이기도 합니다. IMF 이후 우선 기업이 R&D 예산을 줄이고 많은 이공계 인력이 쫓겨났습니다. 출연연 정년도 줄었습니다.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이공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이걸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사회적으로 이공계 출신 인력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공계 출신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더 다양한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이공계 출신 중에서 노벨상 받을 정도로 깊이 연구하는 분도 많이 있어야 하지만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이공계 인력이 발탁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행정직 등을 수행하려면 경륜이 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로지 교수만 했던 사람이 공직에 나와서 성공하는 사례는 찾기 힘듭니다. 최근 일본 내각 수뇌부가 전부 이공계 출신이라고 하는데 살펴보면 그 사람들이 대학이나 연구소에만 있던 사람이 아닙니다. 기업과 사회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중국도 이공계 출신이 고위직에 많지만 대학 졸업 후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오 특보=MB정부에서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정부의 첫 번째 정책 목표는 신산업 창출입니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고 일자리도 늘려야 합니다. 과거 IMF 시절 정부가 열정적으로 벤처붐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모럴해저드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벤처 육성정책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견기업도 벤처기업에서 나옵니다. 정부가 벤처 창업펀드나 생태계를 조성해주면 젊은이들이 벤처에 뛰어듭니다. 물론 성공확률은 낮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가가 될지, 사업가가 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우선 아이를 낳는 일이 중요합니다. 벤처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은 굉장히 소중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새로운 어젠다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퀄컴에 로열티를 많이 지급해왔는데 이제는 받을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로열티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유학 가는 나라에서 유학 오는 나라로 변해야 합니다.

 ◇ 특보 프로필.

 △이현구 과기특보는 경기 출신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1968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화학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네소타대 조교수를 거쳐 197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지내는 등 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서울대에서 1987년부터 1991년까지 교무처장을 맡았으며 지금의 한국연구재단인 한국과학재단에서 연구개발 심의위원, 우수연구센터 평가단 화학·화공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정부 연구개발 분야에도 관여한 바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학회가 총망라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를 1993년부터 3년간 맡아 전공인 화학공학은 물론이고 자연과학, 인문학 등에도 인맥이 두텁다는 평가다.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대 화학 공정신기술연구소장, 1997년 제어·자동차·시스템공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한국화학공학회장(2002년) 등을 거쳐 2007년 3월부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직을 맡으며 국내외 과학계와의 교류에 힘써왔다. 한림원 사업을 통해 과학기술 정책 자문 및 기초과학 기술 진흥에 기여했다.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특히 업무에 관한 한 철저하고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70) ▲서울대 화학공학과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 ▲서울대 교수 ▲서울대 교무처장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연구운영위원장 ▲서울대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장 ▲제어·자동차·시스템공학회장 ▲한국화학공학회장

 △오해석 IT특보는 국내 IT 1세대로 평가받는 인물로 다방면의 IT분야에서 활약해온 대표적인 학계 인사로 꼽힌다. 경북 상주 출신의 오 특보는 성동고와 서울대 공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뒤 숭실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부총장에 이어 일본 도쿄대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등을 거쳐 2003년부터 경원대 IT부총장과 컴퓨터공학전공 교수을 지내고 있다. 한국데이터베이스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처리학회장, 한반도정보화추진본부 부본부장, RFID협회 고문, u코리아 포럼 부회장, 벤처지원포럼 회장, 국가혁신위원회 자문위원에 이어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장을 거쳤다. 특히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엔 IT분야 대학교수와 전문가 1500명과 함께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활발한 활동으로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고 친화력 역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상주(58) ▲서울대 응용수학과 ▲태평양화학 전산실 ▲숭실대 전자계산학과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일본 도쿄대 객원교수 ▲숭실대 부총장 ▲교육인적자원부·외교통상부·정보통신부·행정자치부·국방부·경찰청·국세청·농림부 자문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경원대 IT대학 컴퓨터공학전공 교수·IT부총장 ▲한국정보처리학회장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