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뉴IT, 신시장을 열다-새로운 신천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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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선보인 LED 백라이트를 사용한 LCD TV. 삼성은 이 제품을 ‘LED TV’라고 이름 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TV의 ‘새로운 종(種)’이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앞세워 무모할 정도로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출시 당시 TV 업계에서는 이미 LED TV는 새로운 기술이 아닌데다 경기 불황에 프리미엄 TV에 승부를 거는 것은 ‘경영 패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출시한지 채 6개월을 넘지 않은데다 일반 LCD TV보다 평균 40∼50% 비싼 가격에도 100만대를 팔아 치웠다. 삼성의 공격 마케팅에 시큰둥했던 경쟁업체도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급기야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LED TV를 새로운 카테고리로 정하고 올해 원래 예상했던 201만대에서 367만대로 거의 두 배 이상 시장 규모를 늘려잡았다. LED TV가 새로운 TV 시장을 창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장을 만들어라.’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산업계는 제일 먼저 허리띠부터 찾았다. 비용을 줄이고 지출을 최소화했다. 사업을 확장하기 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경영 상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행여나 있을 ‘자원 누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생존’이 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기업이 강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상황은 절박했다.

 그러나 다소 위축됐던 분위기도 잠시.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우리 기업은 경제 위기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위기가 아닌 기회로 현실을 새로 규정했다. 과거의 익숙한 패러다임에 안주하지 않고 새 질서를 만들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없다고 경쟁업체가 주춤할 때 오히려 공격 경영의 고삐를 더욱 죄어 나갔다. 신발 끈을 다시 졸라매는 최고 경영자 출사표는 사뭇 비장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에도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노력과 신제품 조기 도입, 적극적인 판매 정책이 필요하다”며 “경쟁사와 초격차를 확대하고 또 한번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지금의 위기는 하늘이 준 기회”라며 “공격 경영으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모든 위대한 변화는 언제나 비상한 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며 “불황일수록 후회 없는 도약과 성장을 향한 최선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는 단순히 위기 상황에서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구호성 호소가 아니었다. 실제 경기 불황은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다. 마케팅과 전략의 차이에 따른 결과를 확인하기는 채 1년도 필요하지 않았다. 삼성·LG·현대·SK 등 우리 기업은 혁신 제품을 무기로 새로운 시장에 파고 들면서 경쟁업체와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반면에 대부분 글로벌 업체는 시장이 없다라며 위축 경영을 고수해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간다는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경제 상황은 다시 바뀌고 있다. 경기 불황의 먹구름이 서서히 거치고 있다. 시장에도 ‘온기’가 돌며 소비자도 지갑에 손을 넣기 시작했다. 주춤했던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경제 위기를 준비기로 판단했던 이들 기업은 경영 위기라는 모진 비바람이 잦아지자 공격 경영에 포문을 열 태세다.

 우리 기업에는 진짜 경쟁력을 검증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정확한 상황 인식으로 무사히 위기를 극복했지만 실제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성장 엔진을 발굴하고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동안 구축한 영역에 머물지 말고 활동 무대를 더욱 넓히기 위한 ‘프런티어’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이미 앞서 나가는 기업은 신천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저탄소 녹색성장이 산업계의 활명수로 떠올랐다. ‘그린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차세대 녹색 기술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이 불붙었다. 정보기술(IT) 융합 신시장도 열렸다. IT가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이를 전통 산업이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정부도 대한민국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IT의 힘이라며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과 IT산업을 융합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IT와 전통산업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자고 독려하고 있다. ‘융합형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키워드까지 등장했다.

 인터넷TV(IPTV)와 콘텐츠는 이미 시장이 무르익었다. IPTV 가입자 증가세가 매 분기 기록을 갱신 중이며 게임을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영원한 블루오션’으로 불렸던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3D TV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지능형 홈·e북·스마트폰·애플리케이션 스토어도 만반의 준비를 끝마치고 신천지를 열기 위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실제로 경기 불황으로 휴대폰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스마트폰은 두 자리 성장률을 낙관하며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절반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전자책 시장도 2008년 18억달러에서 연평균 37.2%씩 성장해 2013년에는 89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청사진이 나와 있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시장과 고객의 수요가 바뀔 따름이지 시장은 항상 있어 왔다”며 “소비자가 제품에서 진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시장을 앞선다는 전략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계속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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