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09’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DMC(세트)부문을 총괄하는 최지성 사장(59)이 깜짝 기자회견을 열었다.
간담회는 현지에서 일정을 조정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최 사장이 전면에 나서기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단행한 ‘투톱체제’ 조직개편 이후 처음이다. 만찬을 겸해 3시간 가까이 열린 인터뷰에서 최 사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세트 중에서 TV·휴대폰을 세계 수위에 올려 놓았고 이제 생활가전·PC·디지털카메라 등 다소 취약했던 사업을 글로벌 1등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은 어느 방향에서든 중심을 찾아 가는 ‘자이로스코프’가 있다”며 “삼성의 성공신화(석세스 포뮬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또 경기 회복기를 거치고 3년 뒤 2012년부터 디지털가전 제품 수요가 급증하는 ‘디지털 황금기’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해 말 고전했지만 올해 실적이 많이 좋아졌는데 그 배경은.
▲DMC부문이 많이 기여했다. 2004년까지 반도체·LCD 등 부품에서 막대한 이익을 냈다. 그나마 휴대폰이 3조원 조금 넘게 이익을 냈고 나머지는 ‘제로’였다. 1·2분기 실적 결과 DMC 대부분의 사업부가 흑자다. TV부문 이익률은 휴대폰과 맞먹는다. DMC 모든 직원이 위기 극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뛰어준 결과다. 수년 동안 이뤄진 끊임없는 체질 개선도 한 몫을 했다.
-생활가전부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데.
▲작년 5월 조직개편에서 컴퓨터를 통신으로 끌어와 정확히 두 배 성장했다. 지금까지 팔린 노트북 수량이 700만대에 조금 못 미친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380만대가량 팔았다. 수출만 보면 두 배다. 내년엔 더 키울 생각이다. 지난해 10월 ‘넷북’을 처음 도입했는데 영국에서 넷북 ‘1등’ 했다. 세계적으로는 10% 역성장한 컴퓨터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이다. 생활가전도 자신 있다. 조사해 보니 일렉트로룩스·월풀 등 메이저업체가 10∼15년째 똑같은 제품을 팔고 있다. 혁신 제품만 뒷받침되면 승산이 있다. 게다가 분위기도 좋다. 미국 경기가 곤두박질쳤지만 냉장고 70%, 세탁기는 140% 판매가 증가했다. PC·생활가전·디지털카메라도 자신 있다. 내 사전에 2등은 없다.
-2012년 디지털 황금기를 낙관하는 이유는.
▲2006년 IFA에서 기조연설 이후 3년이 지났다. 당시 ‘디지털 르네상스’ 온다고 했더니 소비재(CE) 시장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무슨 소리냐”고 안 믿었다. 그러나 3년 전 삼성 TV 매출이 500억달러도 안 됐지만 지금은 1000억달러를 넘겼다. 앞으로 3년 후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성장궤도에 오르면서 2012년께 세계 TV 시장이 3억대, 휴대폰 15억대, PC 4억대, MP3 제품 2억대, 디지털카메라 2억대로 커지면서 거대한 디지털 시장이 열릴 것이다.
-1년 전 노키아를 꺾을 수 있다고 장담한 걸로 알고 있다.
▲좀 와전되었다. 1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난처했다. 지인 상가를 갔다가 나오는데 “1년은 기다려 달라”고 했더니 기사에 1년 후에 노키아 꺾는다고 나왔다. 당시 전임자가 잘해 놓았지만 새로운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1년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결코 빈말하지 않는다. 어쨌든 1년이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데 벌써 2년 반 넘었다. 그래도 선방했다. 2006년 1억1000만대에서 올해 2억대를 넘겨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역성장한 시장을 감안하면 잠재력은 보여 주었다. 내년은 또 올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줄거다.
-삼성전자의 저력은.
▲삼성은 지속 성장궤도에 올랐다. 삼성 내부에 바른 방향으로 찾아가는 자이로스코프가 있다. 지난 4분기 적자는 엄청난 쇼크였다. 그때부터 허리띠 졸라맸으며 임원들은 성과급(PS)까지 반납했다. 솔직히 PS 반납이 회사 실적에 기여하는 액수는 크지 않다. 문제는 정신자세다. 정신 상태와 실적은 다른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익을 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삼성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다. 삼성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위기에 대응해 결국 삼성은 해냈다. 그게 삼성의 힘이다.
-내년 경영 기조는.
▲내년도 원화뿐 아니라 달러 단위로도 성장을 목표로 사업계획 짜고 있다. 내년 환율 내려간다. 지금은 1240∼1250원인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올해 말 1150원, 내년 1100원까지 각오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사실 우리는 600∼700원까지 내려가도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놓았다. 내년 환율 1100원을 전제로 사업계획 수립 중이다. 한 가지 고민은 DMC 실적이 다소 과대 포장되는 느낌이다. 솔직히 증권가에서도 부품보다 세트에 더 주목하고 있다. DS(반도체·LCD) 부문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다. 경기가 안 좋을 때 DMC부문이 이를 보완(버퍼링)해 주면서 ‘알파’ 역할을 하면 대만족이다. 아직 사업계획은 안 나왔지만 내년에 더 이익낼 수 있는 기조로 가자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이얼 등 중국업체가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하이얼 대단한 회사다. 하이센스도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중국은 우리와 기업 구조가 다르다. 국영기업으로 공사와 비슷하다. 비용 구조를 들춰 보면 두렵다. 그러나 이기는 방법은 안다. 중국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드는 것, 씨름 샅바와 같은 원리다. 상대방의 힘을 우리 힘으로 가져오는 것, 그게 ‘샅바의 힘’이다. 중국이 생산력을 밀고 나올 때 오히려 중국의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활용했다. 그 결과 모니터에서 중국기업 꺾고 30% 이상으로 앞서 갔다. 중국의 강점을 우리가 활용하면 된다. 모니터만 해도 중국공장 생산이 거의 90%다.
-철학과 목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2001년 TV를 맡았을 때 누구도 1등을 예상 못했다. 소니를 극복하고 파나소닉을 넘고 꿈같은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DMC 매출이 얼추 80조원이다. 몇 년 후에는 두 배 족히 넘는다. 기회는 널려 있다. 과거가 아니라 만들어갈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e메일 답신이 가장 빠른 편이다. 새벽 2∼3시에도 수시로 답변을 준다. 거의 일 중독 수준이다. TV와 휴대폰에서 얻은 성공 DNA를 육성, 사업에 주력해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베를린(독일)=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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