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홀대·한계론 고개 못들도록 하는 게 임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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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하는(Supporting) IT가 아니라, 선도하는(Driving) IT를 만들어야 합니다.”

 30년의 공직생활 동안 나라의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신명을 바쳤다. 국가 우편사업을 총괄하는 우정사업본부장일 때도 IT를 활용한 우편서비스 고도화와 우정 IT 수출을 위해 뛰었다. 그가 공직을 벗고 출발점에 다시 섰다. IT의 제대로된 역할을 다시 세우겠다는 큰 뜻을 품고서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초대 원장(52)이 바로 그다.

 정보통신·IT 관련 연구개발(R&D)을 포함한 인력양성 및 중소기업 지원, 소프트웨어(SW) 산업 진흥, 정보통신 활용 및 확산을 위해 제각각 뛰던 3개 기관이 하나로 뭉쳐 NIPA로 거듭났다. 명실 공히 현 정부의 ‘IT산업 진흥 허브’인 셈이다.

 출범 시기가 공교롭다. 국가 정보화의 기틀을 세우고, 역사상 IT 산업 최대 융성기를 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이 한꺼번에 떠나간 직후다. IT를 중심으로 국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느냐, 후퇴하느냐의 갈림길이다.

 그 갈림길에선 정 원장의 첫 목소리가 ‘드라이빙 IT’다. 우직했던 그의 공직생활 처럼 믿음이 간다.

 IT라 하면 “다 잘돼 있는 데, 뭘”, “다 만들어졌는 데, 뭘”이란 말부터 쏟아냈던 세상을 향해 정 원장은 “아직도 IT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강조한다. 정 원장의 눈빛은 세월을 거슬러 지난 1995년 정보통신부 정보정책과장 시절 ‘1차 정보화 촉진 기본계획’을 짰던 그 때 처럼 반짝이고 있다.

 

 -정보통신진흥원의 설립 목표와 비전은 무엇입니까.

 ▲수출,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해 온 IT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성장한 스타 IT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RFID/USN(전자태그·유비쿼터스센스네트워크) 등 미래 핵심 IT 인프라 산업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IT산업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과 IT의 융합과 임베디드 SW 개발 및 확산, IT 활용도 제고, IT 신 산업 발굴·육성 등 IT를 통한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의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또 ‘IT 강국’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IT·SW 분야의 세계적인 인력 양성과 IT 중소 기업 수출 활성화 및 기술 개발 지원 등이 입체적으로 추진됩니다. 우리 SW 산업의 기술력과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중차대한 임무입니다.

 -‘IT홀대론’ ‘IT한계론’ 등이 거론되고 있는 데.

 ▲IT는 이제 홀대 한다고 사그러들 산업도 아닙니다. 여전히 국가산업을 이끌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합니다. 상대적인 가치나 비중에 좌절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IT역할을 다시 세우고, IT 홀대론이나 IT 한계론이 다시는 고개들지 못하록 하는 것도 진흥원이 만들어진 큰 목적이라고 봅니다. 산업계와 함께 진정한 IT의 역할을 공유하고, 국가 경제와 산업을 다시 도약시키는 견인차가 되라는 주문을 무겁게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IT업계의 기를 살리고, 다시 뛸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 모든 노력을 쏟을 계획입니다.

 -3개 기관의 시너지 창출과 역동적인 조직 운용이 중요할 것 같은 데.

 ▲IT 하드웨어(HW) 산업 진흥과 기술 개발, 지식서비스 산업 확산, IT 활용도 제고, SW 개발 및 진흥 등이 각 기관별로 ‘따로따로’ 전개돼 왔습니다. 경쟁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상호 연계성이 떨어지고 효율성이 낮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 통합진흥원의 ‘모토’는 입체적 산업 지원입니다. 기술개발에서부터 인력 양성, 사업 지원, 수출 확대 등 IT사업의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는 것입니다. 기존 기관 인력간에도 처음에는 생소하겠지만, 새로운 더 ‘큰 물’에서 뛰면서 시야도 넓히고 전문성도 꾀하는 그런 시너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자신합니다.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 지원 수요자이자 파트너들이 많을 듯 한 데.

 ▲우정사업본부장 시절 몸에 익힌 고객만족 최우선 주의가 여기서도 유효할 듯 합니다.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 정부 정책과 지원에 목말라하는 주체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일을 펼치겠습니다. 정부와 수요자를 이어주는 링커(Linker)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축구에서도 링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골의 수가 결정되지 않습니까. 사업 성과를 내야하는 기업이나,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야하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짚어 사업에 반영하겠습니다. 사업 기획에서 결과까지 모두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도록 ‘현장주의’를 실천하겠습니다.

 -SW산업 육성책에 대해 정부나 산업계에서 한 목소리가 나고 있는 데.

 ▲정보통신정책과장 땐 SW정책 개발자로서, 우정사업본부장 시절엔 SW를 구매해야 하는 수요자로서 모두를 경험해 봤습니다. 어느 때든 가장 중요하고 절실하게 피부에 와닿은 것은 ‘SW는 HW에 끼워주는 부수물’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SW기업의 매출이 올라가고, 규모가 쌓여야 우리 SW산업도 정말 커질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세계적인 SW제품도 나올 수 있는 것이고요. 우선 임기 동안 ‘SW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을 하겠습니다. 국가적으로 SW의 가치를 제대로 세운다면, 기업 육성이나 인력 양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융합SW 육성 방안에도 산업현장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뛸 것입니다.

 -IT 활용을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등에서도 할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개인업자 들이 IT를 쓰도록 직접 지원하는 것 보다는, 그들 사업과 IT를 연계시킴으로써 새로운 가치사슬을 자꾸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 자금으로 시스템 설치를 도와주면, 당장에는 성과가 나는 듯 해도 업그레이드 문제, 유지보수 등이 걸리면서 결국 IT활용과 영영 이별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쉽습니다. 따라서 SW, 시스템 등이 사업과 영업에 어떻게 필요한 것인가를 알리고 그것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일굴 수 있는 방법을 전파해야 합니다. 물고기를 주는 것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죠. 진흥원이 보다 전략적인 호흡을 갖고 IT활용 및 확산사업에 천착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이진호·문보경기자 jholee@etnews.co.kr

 

 ◆소박스1/송파 IT밸리 핵심기관으로 우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옛 소프트웨어진흥원을 새단장해 들어선 송파구 중대로 일대는 그야말로 ‘IT 밸리’로 손색이 없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양 옆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전파진흥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맞은 편 드넓은 녹지에는 중앙전파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IT 관련 기관들이 서로 경쟁하듯 지위를 뽐내고 서 있다.

 지난 24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현판식 참석차 이곳에 들런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가히 IT 주요 기관의 집적지라고 할만 하다”며 “열심히 노력해 우리 IT 산업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도록 하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그 IT 기관들 중에서도 맏형 격이다.

 IT 기술에서부터 인력, 수출, 사업 진흥까지 거의 전 범위에 걸친 사업영역을 갖고 있는 데다 실물 산업에 직접 받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 IT밸리’의 활약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소박스2/조직 통합, 정보통신기금 등 과제 안고 있어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이질적인 기관에서 일해 왔던 300여명의 조직원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급선무 이다. 벌써부터 서울에서 근무하다 대전 옛 정보통신연구진흥원으로 배치되거나, 보직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반발하는 소리들이 간간히 새어 나오고 있다. 인사 과정에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오래 지속돼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통합조직에 걸맞는 결속력을 갖추고,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져야만 IT산업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정경원 원장은 “IT업계의 기대가 큰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직분위기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13년이면 수입이 끊기는 정보통신진흥기금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아직은 기금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많은 없는 일이다. 정 원장은 “기금을 규모 있게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조성돼 있는 기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지 방도를 짜내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약력

 정경원 초대 원장은 57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 제일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과장을 시작으로 우정기획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후 정보기반심의관과 충청체신청장, 우편사업단장을 두루 거쳤다. 공직 생활 90%를 체신부, 정보통신부에서 보냈을 정도로 정보통신산업 전반에 대해 이해가 깊다. 지난 4월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업무추진으로 주변 신망이 높다. 제주 사투리를 구성지게 풀어놓을 정도로 소탈하고 근면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