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패널, 중국에 공장을 짓자] (중)팹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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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CD 패널 기술의 원조로 불리는 일본 샤프. 지난 회계연도 일본 동경 증시 상장이후 처음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타야마 사장은 지난 4월 설명회에서 “우리 단독으로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세계에 제품을 뿌려왔던 경영 방식이 지금의 상황을 연출했다”면서 중국을 겨냥해 앞으로 LCD 패널을 해외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전자정보산업 진흥계획을 수립, 발표한뒤 자국내 대형 LCD 패널 라인 유치를 위해 일본·대만·한국의 LCD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고사 지경에 이르렀던 일본·대만의 LCD 패널 업체들은 중국의 이런 손짓에 단순한 호응을 넘어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화답할 태세다. 한국외에도 일본·대만이라는 ‘옵션’이 있는 한 중국은 마냥 기다려주지 않을 분위기다. 중국의 대형 LCD 팹 건설 계획이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면, 일본·대만이 중원 땅을 독식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대만·일본의 공세=최근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급속도로 깊어지는 양안 관계의 변화다. 대만이 대형 LCD 패널의 양산 기술을 중국에 진출시키는 대신, 중국은 자금 지원과 자국내 수요를 일정 수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근래 대만·중국의 LCD 패널 업체들을 축으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내 8대 가전업체 경영진은 대만에 실제 LCD 패널 구매단을 파견, AUO·CMO 등 주요 패널 업체들로부터 올해 44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 TV 시장 수요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CMO의 우빙승 부회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향후 1∼2년내 세계 최대의 LCD TV 왕국이 될 것”이라며 “대만 정부의 LCD 패널 공정 중국 개방 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최근 반도체·LCD 등 첨단 설비의 중국내 현지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대륙투자 개방보고서’를 수립중이다.

일본 샤프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샤프는 이미 일본 카메야마의 6세대 생산 라인을 중국 난징으로 옮기는 방안을 협의중이며, 나아가 중국 심천시와는 8세대 라인을 합작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의 경우 LCD 종주국인 일본의 기술 자존심이라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도 배제할 까닭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샤프는 중국 현지 시정부들과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짓고 발표만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만·일본의 LCD 패널 업체들과 중국의 관계는 상당히 깊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 LCD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중국 정부가 LCD 패널의 수입 관세도 상향 조정하는 등 환경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중국은 현행 3% 수준인 26인치 이상 TV용 LCD 패널의 수입 관세를 내년부터 26인치 미만 IT용 패널과 동일한 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국내에 대형 LCD 패널 라인을 유치하면서 산업 보호 장벽을 치려는 의도다. 한국 LCD 패널 업체들로선 중국내 LCD 라인을 진출시키지 못할 경우 엄청난 위기로도 다가올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영난에 빠진 일본·대만의 LCD 패널 업체들이 현재 중국의 도움을 얻는데 급급한 것과 달리, 국내 LCD 업계는 오히려 세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공세적인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일본·대만 업계는 중국을 발판 삼아 한국을 뒤집을 찬스를 갖겠다는 뜻”이라며 “어차피 중국의 대형 LCD 라인 진출이 시간 문제라면 우리가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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