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이 따라 붙는다.
1973년 전대미문의 해외 체류 민간인 납치사건, 1980년 사형 선고, 1997년 수평적 정권 교체, 2000년 대통령으로서 북한 방문,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그가 뗀 발짝마다 역사가 됐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곡절처럼 수많은 고비를 넘겼지만, ‘국민’과 ‘민주주의’라는 두 지향점은 마지막 병상에서까지 놓지 않았다. 역사가 고 김 전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맨 앞자리에 세울 가치도 바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국격 신장일 것이다. 서슬 퍼렇던 혹독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생과 사의 갈림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애칭인 ‘인동초’처럼 살아남아 수평적 정권 교체로 국민의 정부를 열었다.
대통령 시절 김 전 대통령의 각종 발표문은 늘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됐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의 진정한 시작을 열었던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벤처·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산업·경제 곳곳에 뿌리내리게 했으며, IT를 국가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삼아 IT강국 도약의 기초를 닦았다. 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식견으로 IT산업의 위상과 대한민국의 경제력을 글로벌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주역이다.
노벨평화상 수상, IT산업의 폭발적 성장, 한반도 평화 신장과 국제적 안정 기여 등은 우리나라를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이끌어 냈다. 대한민국의 성장 신화가 그의 사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 에너지가 그의 생전에 만들어졌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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