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클로즈업] 리얼 게임쇼 `진실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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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순간은 항상 긴장된다. 그러나 긴장만큼 짜릿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먹고사는 영화도 ‘게임’을 놓치지 않는다. 게임을 주제로 한 영화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장 르누아르의 고전 영화 ‘게임의 규칙’을 들먹이지 않아도 ‘게임’을 주제나 소재로 삼은 작품은 매우 많다.

 게임 영화의 단점도 있다. 가상의 옷을 입고 있는만큼 짜릿함이 길지 않다는 점은 분명 낭패다. 그러나 간혹 이런 단점을 극복한 작품이 있다. 오는 11일 QTV에서 소개되는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 Korea)’은 진실을 놓고 벌이는 복마전이다. 이 작품은 케이블TV 게임쇼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속살은 영화보다 더 영화에 가깝다. 그것도 꾸미지 않은 맨살의 영화 말이다. 상금 1억원이 걸린 이 리얼리티 쇼는 사실 QTV의 창작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외국에서 틀을 사왔다. 원작은 미국 폭스TV에서 방송됐으며, 5년간 지상파 첫 회 시청률을 모두 깨버린 화제작이다. 영국·독일·스페인 등 수십개국에서 포맷 제작을 성공시켰다. 물론 비평에서는 극과 극을 달렸지만 말이다. 일부는 그 해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진실의 순간’을 꼽기도 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21개의 질문에 오직 ‘진실’만을 대답하면 1억원은 당신 것이다. 질문과 대답을 거치는 과정 속에서 출연자 본인에게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서 출연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쉽지만은 않다.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삶과 생각을 투명하게 드러내야만 하는 것에는 때로 감당할 수 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연속되는 21개의 개인적 질문 중 ‘마음과 머리’가 일치하는 진실만을 답할 수 있는 자,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당신 뒤에는 거짓말 탐지기가 있다. 진실이 아닌 혹은 진실이 아닐 것으로 추정되는 답이 나올 때 벨은 가차없이 울린다. 예를 들어 ‘당신은 외도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겉과 속이 다른 답을 하면 거짓말 탐지기가 울릴 것이다. 불일치의 결과는 ‘탈락’이 아닌 ‘나락’일 수도 있다. 외국에는 실제로 이런 독한 질문에 나가 떨어진 사람이 여럿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탈바꿈한 QTV는 첫 회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사상 최고 퀴즈 게임에 도전하는 첫 주인공은 바로 연예인 지망생 로코(29세 남자, 본명 김수근). 그의 옆에는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어머니와 10년 지기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함께했다. 그렇게 국내 최초 리얼 게임 무비가 펼쳐졌다.

 로코는 고운 외모와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 그러나 내면에는 연예인으로 성공하고 싶었던 개인의 열망이 있다. ‘연예인으로 성공하더라도 지금의 여자친구와 결혼하겠나’ ‘누군가가 5000만원을 준다면 여자친구와 헤어질 수 있겠나’ 등의 질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로코를 바라보는 여자친구 앞에서 로코는 어떤 진심을 보여 줄 것인가. 참가자 본인이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퀴즈 게임 쇼. 그러나 동시에 본인도 모르는 본인의 진실과 마주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퀴즈 게임 쇼에서 로코는 승리(혹은 생존)할 수 있을까. 도전을 마친 로코는 “처음에는 상금도 타고 연예계 데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고자 출연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친구들을 향해 내 솔직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MC는 방송인 김구라가 맡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MC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는 후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MC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닌, 출연자가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응원단장이자, 출연자와 미묘한 심리게임을 벌이는 파트너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봐도 그렇다. 평소 독설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구라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평가는 시청자 몫이지만 말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