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24일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담은 ‘디지털 전환 활성화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하면서 오는 2013년까지 3조원 정도를 투입할 디지털방송 전환작업이 본격화 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 소요 비용 주체 설정 등 추가로 논의해야 하는 사안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확정한 기본계획은 기존 전환추진위원회에 보고됐던 내용과 같은 수준으로 의결됐다. 방통위는 오는 2012년까지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대국민 인식확산(2009년)→아날로그 TV방송의 시험 종료(2010년)→디지털 전환 실행 본격화(2011∼2012년)→후속조치(2013년) 등 4단계의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분지형 소도시 시범 디지털방송, 고화질(HD) 편성비율 고시, 저소득층 디지털컨버터(DtoA) 제공, TV 디지털튜너 의무화 등의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디지털 전환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계획안은 짜임새 있다는 평가”라며 “전환과 함께 방송장비를 도입한다는 취지에 맞춰 제작설비 부문까지 마련해 나갔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계획의 수립으로 전환의 큰 틀을 세웠지만 추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먼저 재원 마련이다. 방통위 추산 3조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는만큼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특히 1조4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지상파방송사 디지털전환 소요비용’이 핵심이다. 방통위는 내년엔 방송발전기금으로, 2011년엔 주파수 경매대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경우 법 개정과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점에 대한 정확한 플랜이 있어야 한다. 여기엔 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디지털 전환 비용 지원과 소외계층 문제도 걸려 있다.
방통위는 35% 정도에 불과한 ‘디지털 전환 인지율’을 3년 내에 영국(87%), 일본(49%)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하는 숙제를 안았다. 최근 TV광고를 시작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연한 광고가 아닌 전환시 얻을 혜택 중심으로 홍보 방법을 바꿔야 한다.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 홍보 비용을 2000억원 정도로 잡고 광고와 관광서를 통해 전환을 알린다는 계산이다.
낮은 TV수신기 보급도 과제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디지털방송 수신기 보급률은 38.7% 수준으로 절반에 못 미친다. 보급률엔 디지털TV·위성방송·디지털케이블TV가 모두 포함됐다. 최근 디지털TV 보급이 탄력을 받았지만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마지막은 난시청 해소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 명분으로 ‘난시청 해소’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절대 난시청 뿐만 아니라 차상위계층에 전환 비용 지원 등과 같은 경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선욱 DTV코리아 실장은 “미국도 디지털 전환을 한 차례 미룬 적이 있는 만큼 자세한 추진책이 필수”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방송발전기금 유예 등 2012년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지털 전환 관련 소요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