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라는 비속어는 이런 경우에 쓰인다.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학생주임이 나타났을 때, 지점에서 서비스 지수를 모니터링하는 미스터리 쇼퍼가 나타났을 때, 그리고 사무실에서 도통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임원이 나타났을 때다. 이 귀찮은 행차에 우리는 짜증과 통증을 느낀다. 평상시와 다르게 신경써야 하며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통증이 밀려온다. ‘떴다’는 것은 평범치 않으며 편안치 않다. 따로 앉고 따로 주차하고 따로 식사하고 따로 엘리베이터 타는 ‘특별한 분’이 편할 리 없다.
그렇다고 직위에 대한 자부심과 그것에 걸맞은 행동을 하려는 의식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아니다. 권위의식은 필요하다. 다만 권위가 있었을 때에만 필요하다. 권위의식은 충분조건이지만, 권위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권위는 본인이 의식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타인의 존경에 의해 형성된다. 권위는 직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가슴에서 나온다. 전용 사무실 크기와 한 달 접대비가 권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MBWA(Move By Work Around)가 대두되면서 무슨 행사를 치르듯 현장 한번 둘러보고 회식 한번 하는 것이 현장경영인 줄 착각하는 리더가 있다. 현장 의견을 귀기울여 경청하는 것, 현장을 참여시키는 것, 현장에서 행간에 말하지 않는 것까지 관찰하는 것, 현장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며 따뜻한 소통을 나누는 것이 현장경영이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켈러허 사장은 새벽 3시에 기내 청소원 휴게실에 도넛을 사가지고 찾아갔다. 밤을 지새우는 노고에 감사하고 애환을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가이드가 따라붙은 암행어사 출두식의 권위의식만 지향하지 말고 티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권위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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