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4개사업부 매각 마무리 국내 가전시장 구도는...

  ‘가전 빅3’였던 대우일렉이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이후 국내 가전 시장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과 LG전자에 이어 국내 시장을 주도했던 대우가 TV·에어컨 등 핵심 사업부를 모두 청산하면서 인수 주체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울러 대우가 사업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매출이 크게 줄 것으로 보여 매출 기준으로 ‘빅3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웅진 등 중견 가전업체가 새롭게 이 자리를 차지할 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우 입장에서도 이전처럼 인력 위주의 일시적인 대증적 처방이 아닌 사업부 조정을 통한 근본 처방에 성공하면서 회생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먼저 에어컨 시장은 귀뚜라미그룹이 인수하면서 시장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에어컨 사업을 인수하면 LG·삼성전자와 함께 에어컨 시장에서 단번에 3위 업체로 부상했다. 기업(B2B) 시장에 주력했던 귀뚜라미는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기술과 인력을 흡수해 가정용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일러 시장 터줏대감인 귀뚜라미는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정체에 머물고 있는 보일러 사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냉난방 분야 중견 기업을 소리 소문 없이 인수해 브랜드 가치와 생산·기술 노하우를 확보하는 등 외형 확대를 위한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이번에 대우 에어컨 분야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TV시장도 마찬가지다. 대우는 비록 삼성과 LG전자에 뒤처졌지만 20년 넘게 영상 사업을 진행해 브랜드와 노하우가 살아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대우디스플레이로 사실상 ‘사업부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TV 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하는 대우는 생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국내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OEM 혹은 ODM) 형태 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TV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점차 과점 형태로 변하고 있는 TV시장에서 대우만의 색깔을 이어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TV 시장은 브라운관에서 디지털로 넘어 오면서 삼성·LG·소니 등 메이저 업체의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TV시장 점유율이 2007년 4분기 15%에서 지난해 4분기 17.8%로 높아졌다. LG전자는 이 기간 동안 11.7%에서 13.4%로, 소니는 8%에서 9% 증가하는 등 5위권 업체까지는 점유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가전 시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단순 매출로 본 ‘빅3’ 구도에서 대우가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매각 이후 대우가 올해 예상하는 매출 규모는 1조2000억원 정도. 지난해 1조9000억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30억원을 올린 대우는 영상과 에어컨 등을 매각하면서 사업 구조는 훨씬 건실해지겠지만 매출은 1조2000억원 안팎으로 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수기 등 소형 가전에 집중했던 웅진코웨이에 비해 매출 면에서 뒤처지게 된다. 지난해 1조2000억원 가량을 기록한 웅진은 올해 1조4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어쨌든 대우가 규모가 큰 사업부를 매각에 따라 전체 가전 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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