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융합콘텐츠에 대한 본질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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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아래 새 것은 없다’는 경구가 있다. 이것을 콘텐츠에 적용하면 ‘시장에 새로운 콘텐츠는 없다’가 된다. 즉 어떠한 새로운 콘텐츠가 시장에 출시되더라도 과거 게임·음악·출판·영화·방송 등의 장르에 대응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 콘텐츠에 관한 논의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빈번히 거론되면서 향후 콘텐츠 산업의 성장동력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융합콘텐츠다. 비록 시장의 많은 참여자가 융합콘텐츠를 논하고 있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앞의 경구와 같이 “도대체 융합콘텐츠가 무엇이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있으며 명쾌하게 대답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나는 해물탕을 아주 좋아한다. 뜬금없이 웬 해물탕인가? 나는 해물탕이 융합콘텐츠와 유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물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꽃게, 낙지, 새우, 조개 등의 각종 해산물에 고추장 양념으로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음식’으로 정의된다. 해물탕의 재료를 탕의 분야로 분해하면 꽃게탕, 연포탕, 새우탕, 조개탕 등 모두 하나의 분야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앞의 그 어떤 탕도 해물탕의 맛과는 구별된다. 그뿐만 아니라 정확한 자료는 없겠지만 해물탕의 시장 규모가 꽃게탕, 연포탕 등의 시장보다 훨씬 클 것이다. 즉 해물탕은 해산물의 융합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성장한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7%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고 무탄소 녹색산업일 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기에 정부는 17대 신성장동력 중 고부가 서비스 산업의 하나로 지정,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산업의 성장률은 현저하게 정체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인구 수와 여가시간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인구 수와 여가시간은 지속적으로 늘릴 수 없는 내생변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산업육성 정책은 내생변수를 외생변수화해서 수출확대로 인구수를 늘리든지, 혁신을 통한 산업의 구조적 변화, 즉 새로 즉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를 창출해야 한다. 융합콘텐츠는 후자,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아니 떠오르도록 해야 한다.

 융합의 개념을 도입하게 한 기폭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망의 융합이었다. 이와 함께 휴대폰에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이 복합되는 기기융합, 에듀테인먼트로 대변되는 콘텐츠의 융합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융합은 바로 타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다. 이러한 융합은 체감형 콘텐츠 서비스로 발달할 것이며 스크린골프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스크린골프는 스포츠와 게임 산업 그리고 가상현실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 서비스다. 향후 이러한 융합콘텐츠는 우주체험, 해저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교육용 콘텐츠 등으로의 확장 또한 쉽게 예견될 수 있다. 또 현재의 콘텐츠보다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융합콘텐츠는 사전적으로, 학문적으로 형성된 개념이 아니다. 산업 또는 시장에서 필요에 의해 생성된 단어로 봐야 할 것이다. 왜 새로운 융합콘텐츠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 했을까. 그것은 기존의 장르에 포함해 설명하기 어려웠거나 매어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최연철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실 책임연구원/ycchoi@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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