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김정운 후계자설의 허상과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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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한의 2차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연관된 최고의 화제는 북한 최고 통치권자인 김정일이 자신의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소문이다.

 보수민간단체인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소식지 15호는 “평양 시민들 사이에 김정운이 후계자로 낙점돼 후계자 수업을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했고, 진보 측 잡지 ‘민족21’ 6월호는 “김정운이 후계자로 최종 결정됐으며 북한이 후계자 지도체계 수립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또 세계적 주간지 ‘타임’은 1일 인터넷판에서 ‘북한 김정일의 후계자-부친이 총애하는 김정운’이란 제목으로 김정운이 지난 4월 북한의 권력을 장악 중인 국방위원회 지도원이 된 것으로 미루어 김정운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된 것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북한 당국이 김정운의 후계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 전문을 해외 주재공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국내외 보수·진보언론과 ‘타임’에 이어 한국 정부까지도 김정운 후계자설을 사실인 양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의 배경에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시기 대북대인정보 수집이 부재하다시피 하다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대북대인정보 수집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북정보 브로커들이 활개 치는 것과 많이 연관됐다. 따라서 북한과 관련한 대부분의 소문이 시간이 지나면 근거 없는 사실로 판명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듯이 이번 김정운 후계자설도 대형 오보 사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매시기 김정일 위원장의 동태와 노동당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통일부 발표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 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노동신문은 4월 6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장문의 ‘정론’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심단결’을 세계에 과시하자고 주민들에게 촉구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김정운 후계자설은 근거 없는 소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김정운 후계자설과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점은 북한의 2차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김정운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한 목적이 중요한 이유인 것처럼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잘못된 상황인식과 분석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대북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보유 국가로 국가기본전략을 바꾸었으며, 2000년대 이후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면서 2006년 1차 핵실험에 뒤이어 이번 2차 핵실험으로 확실한 핵무기 보유국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이라크전 평가를 거쳐 핵무기 보유국가가 되지 못하면 언제든지 체제가 침탈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과 함께 경제난 속에서 낙후된 군사력을 돌파할 핵심 수단으로 전체 비용이 오히려 적게 드는 핵무기를 상정했던 것과 연관된다. 결국 북한의 구체적인 핵심목표는 파키스탄 모델로 가는 것이다. 북한은 이 모델을 바탕으로 해 궁극적으로 경제는 어려울지 몰라도 체제 안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파키스탄 모델로 가게 되면 통일은 정말 멀어지며 한반도 민족공동체 운명과 관련해 불행하고 어려운 길로 가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문제의 상황인식에서 김정운 후계자설과 같은 근거도 없는 소문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북한이 파키스탄 모델로 가고 있는 국가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haewoo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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