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3부-4)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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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게임시장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따른 정보화로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이 늘고 온라인게임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게임시장은 한국게임 모방, 불법복제, 불공정 계약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중국 게임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급속도로 커진 게임시장으로 인해 수익이 늘어난 중국 업체가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또 시장 확대에만 몰두하던 데서 벗어나 부작용과 역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나서서 온라인게임의 역기능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의 일환으로 건전한 ‘그린 온라인게임’ 육성책을 내놓았다. 업계도 이에 화답하며 그린 온라인게임 보급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시장도 이제 게임에서 독을 제거하고 건전하게 즐기자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게임 부작용 제거, 정부가 나섰다=지난해 9월 리젠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부위원장은 “중국에서 400만명의 청소년이 인터넷에 중독됐으며 대부분이 불건전한 온라인게임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18세 미만 인터넷 사용자 중 인터넷 중독 증세를 보이는 비율도 10%나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무위원회는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인터넷게임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인터넷 이용자가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면 자동으로 중단하는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불건전한 것으로 지적된 게임은 폭력물이나 성인물은 물론이고 중국 군인이나 기관 요원을 적으로 묘사한 비애국적 게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6년에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모든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이용자들이 실명과 신분 확인 번호를 입력하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또 2005년에도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게임 중독 방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하루 3시간의 게임을 ‘건전한’ 게임, 하루 5시간 이상의 게임을 ‘불건전한’ 게임으로 보고 게이머가 5시간 이상 게임을 계속하게 되면 화면에 경고 메시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마침내 올해 1월에는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단지에서 ‘그린 온라인게임 개발기지(Green Online Game Development Base)’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그린온라인게임 문화 확산 △게임 중독 자제 △온라인상의 불건전 행위 단속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주지안쉬 서우두사범대 부총장은 “기술 발전에 따라 온라인게임은 중국인의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 됐는데, 동시에 폭력성·사행성·미신 등과 같은 불건전한 요소도 생겨났다”며 “그린 온라인게임 개발기지 설립은 중국 게임산업과 어린이들의 건강보호, 건전한 온라인게임 환경 구축 등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린 온라인게임 육성으로 업계 화답=중국 정부의 게임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과 불건전 게임의 제재 움직임에 중국 게임업계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젠궈 상무부위원장의 말이 있고 난 후 중국 대형 게임업체인 CDC게임스가 ‘그린 온라인게임’ 육성 간담회를 개최했다. CDC게임스는 중국 정부 관계자와 중국 게임퍼블리셔협회(PAC)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중독성과 사행성 등의 역기능이 적은 그린 온라인게임을 육성·보급하겠다고 밝혔다.

 CDC게임스 관계자는 “그린 온라인게임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며 “CDC게임스가 준비하고 있는 그린 온라인게임은 ‘디지몬’”이라고 말했다.

 또 PAC 관계자는 “그린 온라인게임은 현재 정부 정책의 주요 기조”라며 “CDC게임스의 온라인게임 정화 정책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전략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CDC게임스뿐만 아니라 샨다와 더나인 등의 업체도 캐주얼 게임을 대폭 강화하는 등 그린 온라인게임 발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그린 온라인게임 정책으로 인해 중국 시장의 게임 장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의 역기능을 줄인 건전한 게임을 찾는 노력이 확대되면, 향후 도움이 되는 게임인 기능성게임 개발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유니레버차이나는 영국의 국제교류기관 브리티시카운실과 손잡고 중국인의 영어학습과 영국 문화 이해를 위한 기능성게임인 ‘잉글리시 택시’를 개발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런던의 택시기사가 돼서 승객을 대하며 영어와 영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내용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