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북한이 15일 개성공단 관련 법규 및 기존 계약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개성공단이 다시 기로에 섰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지난해 말 상주 허용 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통행시간대를 대폭 축소한 ‘12.1조치’ 당시와 세 차례의 통행 차단조치가 내려졌던 지난 3월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 이어 개성공단은 또 한 번 ‘바람 앞의 등잔불’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열매’로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5년 본격 가동된 개성공단은 2007년 말까지만 해도 남북 공영의 ‘파일럿 프로젝트’로 국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측의 저임금 노동력(1인당 월 70달러 안팎)과 토지가 결합한 ‘유무상통’의 협력모델이라는 점과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남침로였던 개성을 남한 기업들에 내준 것 자체가 갖는 안보적 상징성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배경 속에 개성공단은 양적 성장을 거듭, 북한 핵실험의 여파 속에서도 2006년 10월31일 시범단지 입주기업 23개가 완전 가동됐고 그해 11월21일 북한 근로자 수만 1만 명을 넘어섰다. 이어 2007년 5월 북한법인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공단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그해 9월에는 공단 입주기업의 누적 생산액이 2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양적 성장세는 계속 이어졌다. 2008년 7월 북측 근로자 수가 3만을 돌파했으며 11월에는 입주기업 누적 생산액이 5억달러를 상회했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104개 업체가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북측 근로자는 약 3만8천 명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남북관계 악화의 유탄을 맞아 주문취소 등 피해를 보고 있는데다 통행.통신.통관 등 3통 문제 미해결에 따른 불편이 큰 입주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저임금 경쟁력’까지 상실할 경우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북핵 위기와 작년 남북관계의 한파 속에서도 살아남은 개성공단의 ‘생명력’을 생각할 때 쉽게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는 않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결렬’이 아닌 ‘결렬의 위기’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정부 당국자 역시 “북한 스스로도 공단 유지 필요성이 있는데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생각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폐쇄 가능성을 낮게봤다.
공단에서 나오는 임금에 10만 명 이상의 근로자 및 그 가족이 생계를 의지하는 북한과 104개 업체 및 그 하청업체들의 명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남한 모두 공단에 매여 있는 까닭에 여태 어느 쪽도 책임있는 당국자의 입으로 ‘폐쇄’를 언급한 적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생명력’을 방증하고 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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