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한파를 맞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인가. 지난 1분기 PC 판매가 저점을 찍고 2∼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CPU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인 머큐리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분기 CPU 시장이 바닥을 찍었으며 향후 3∼6개월 내 시장이 다시 성장 모드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딘 맥커런 머큐리리서치 소장은 “올 1분기 CPU 판매는 작년 4분기에 비해 8.3% 감소했는데, 이는 계절적 감소폭인 7.4%와 비교할 때 근소한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CPU 제조사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쌓인 재고도 거의 대부분 소진한 상태여서 향후 3∼6개월 내 CPU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PC 판매는 기대 이상이었다. 또 다른 시장 조사 업체인 IDC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PC 판매량은 634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8.2%보다 개선된 수치였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예상치(―10% 안팎)를 훨씬 웃돈 것이다. 업체간 신제품 출시 경쟁에 예상 밖 실적이 나왔다는 평가다. IDC는 올해 PC 판매는 4.5% 줄어들어 2001년 닷컴 거품 붕괴 이후 첫 감소세를 보이겠지만 분기별로 봤을 땐 올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안정적인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며 올 연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FRB캐피털마켓은 보다 구체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주요 노트북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과 데스크톱용 주기판 업체들을 상대로 주문량을 조사한 결과 2분기 PC 출하량이 1분에 비해 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데스크톱PC의 경우 2% 감소하겠지만 노트북은 14%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FRB캐피털마켓의 크랙 버거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인텔의 2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 3∼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세계 최대 CPU 제조 업체인 인텔의 실적도 CPU 업황 회복 가능성에 힘을 더하고 있는 상태다. 인텔의 1분기 순익은 6억4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급감했으며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긴 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시장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 넘었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한 발 더 나아가 “PC 판매가 1분기 중에 바닥을 쳤으며 업계가 정상적인 판매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텔코리아의 박성민 마케팅 본부장은 “넷북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가볍고 성능이 향상된 노트북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추가적인 추락이 없는 안정기로 들어서는 단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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