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비즈IT칼럼

 비즈니스 차원에서 IT의 가치를 인식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오랫동안 CIO들에게 중요한 도전이자 도달하기 힘든 목표였다. 왜 IT커뮤니티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IT의 비즈니스 가치를 인식하는 것은 힘든 일일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일하고 있는 CIO리더십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CIO들과 IT조직이 당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들을 잘 이해하고,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조사연구와 임원 대상 교육을 실시해왔다.

 최근 센터가 한국의 CI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CIO들이 △비즈니스 가치에 관한 측정방법의 개발 △비즈니스 전략 수립 지원 △차세대 IT팀을 육성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어떻게 IT의 비즈니스 가치를 인식하고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를 학습하는 것이다. 이로써 IT가 보다 혁신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비즈니스 가치’가 무엇인지 말해보자. 구글에서 ‘비즈니스 가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2억개에 달하는 답변이 쏟아진다. 이는 ‘비즈니스 가치’라는 용어가 수많은 사람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비즈니스 가치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투자자, 고객, 외부 협력업체, 내부 직원 등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2년 전 저명한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에게 기업의 시장가치를 평가할 때 IT부문의 가치를 어떻게 산출하는지 물어봤다. 응답은 의외로 빠르고 간단했다. ‘IT가치’를 고려해본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IT는 단순히 ‘백오피스’의 기능일 뿐이다. 그렇다면 고객 관점에선 어떤가. 고객의 금전거래가 정확하게 처리되고 인터넷 주문이 정상적으로 처리되면 고객들은 IT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돈이 사라져버리거나 주문이 지연될 때 비로소 IT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외부 협력업체도 일반 고객들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내부 직원들의 시각은 좀 다르다. 그들은 IT가 제공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고 IT가 어떻게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면 IT커뮤니티는 이들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화법을 써야 할까.

 비즈니스 사용자들과 대화할 때 아키텍처, 인프라, 미들웨어, 신뢰성, 가용성, 복구절차 등 용어를 사용한다면 그들은 금세 흥미를 잃게 된다. 비즈니스 가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IT가 그것을 창출할 수 있을지 중요한 단서를 찾아보자.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은행거래를 생각해보자. 은행업무가 자동화돼 있지 않다면 고객의 금전거래 시 창구 직원에서 원장까지 가는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25달러다. 1%의 에러가 발생하면 에러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데 1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은행업무가 자동화됐을 때 동일한 은행 거래에 2.5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0.1%의 에러가 발생한다고 가정한다면 15달러의 해결비용이 필요하다. 만일 200건의 에러 발생 시마다 고객이 화를 참지 못해 계좌를 폐쇄하고 다른 은행으로 간다면 은행은 1명의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 1500달러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거래가 자동화돼 있지 않다면 25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위의 사례에서 IT의 비즈니스 가치는 자동화하지 않았을 때의 처리 비용(25달러)에서 자동화 시 처리비용(2.5달러)을 차감한 22.5달러다. 2만건의 은행 거래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거래처리 비용 측면에서 45만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IT의 비즈니스 가치라고 할 수 있다.

 IT의 비즈니스 가치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선 중요한 몇 가지가 있다. 첫째, IT의 비즈니스 가치는 IT전문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비즈니스 용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MIPS, DASD, 128비트 암호화 기술 등의 용어보다는 고객만족, 고객유지, 고객확보비용 등의 용어가 대화를 생동감 있게 만든다.

 둘째, IT의 비즈니스 가치는 ‘end-to-end’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 용어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거래, 고객확보, 고객의 질의 등 용어를 구사해야 한다. 평균 응답시간, 시스템 성능 등 용어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금방 지치게 만든다.

 셋째, IT의 비즈니스 가치는 IT커뮤니티의 관점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고객 관련 측정치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고객 관련 측정치는 전형적으로 기업의 수익 및 성장성과 직결돼 있다.

 CIO리더십센터는 최근 CIO들이 IT코스트센터의 관리자로부터 기업의 비즈니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기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IT프로그램의 비즈니스 효과를 검증하고, 비즈니스 측정치를 확인하기 위해 C레벨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CFO, COO들과도 협력해야 한다. 프로젝트 시행 전후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CFO·COO들이 동의할 수 있는 측정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의 프로그램 상태와 기대되는 결과물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C레벨 임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또 일정 수준의 프로그램 포트폴리오 유연성을 성취하고, 비즈니스 우선 순위에 맞춰 IT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당신의 IT 팀원들과 협력하라는 것이다.

 하비 코펠 미국 CIO리더십센터 소장 hkoeppel@cioleadershipc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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