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이팟나노’나 ‘아이리버’같은 MP3플레이어가 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과거 CD에 담겼던 음악이 이제 디지털 파일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전자사전을 들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넘기는 대신 자판을 두드리는 풍경이 흔해졌습니다.
전자책(e북)도 이처럼 점점 다양해지는 디지털 콘텐츠의 유형 중 하나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종이책 대신 디지털화된 책을 언제 어디서나 유무선 기기를 통해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최근 휴대폰 외에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넷북 등 휴대 기기가 보편화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전자책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자책이란 무엇인가요?=영어로 ‘electronic book’이라 쓰는 전자책은 말 그대로 기존에 종이책으로 출판됐던 도서 내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컴퓨터나 각종 디지털 저장 매체를 통해 읽을 수 있도록 한 ‘디지털 도서’를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각종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 책 텍스트가 보이고 손으로 책을 넘기는 대신 페이지 자동 넘김, 확대, 검색 등의 기능을 활용해 편리하게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나 휴대폰, PMP 등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직접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내용을 다운로드하거나 책을 구매하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면서 전자책 단말기에서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책은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나요?=우선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전자책 콘텐츠 제공 사이트인 ‘북토피아(www.booktopia.com)’에 접속한 뒤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즉 ‘e북 리더’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책을 찾아서 구매한 뒤 보면 됩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유용한 추천도서나 수능 준비에 도움이 되는 소설 등을 따로 모아 놓은 코너 등도 유용합니다. 이렇게 내려받은 책을 휴대폰·PMP 등 휴대기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의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면 아예 휴대폰에서 직접 책을 골라 내려받을 수도 있지요.
최근에는 공공기관이나 아파트 건설사들이 대형 서점이나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력을 맺고 ‘전자책 도서관’을 구축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공공기관은 방대한 분량의 책이나 자료를 디지털화해 훨씬 쉽고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고 아파트 건설사들은 입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전자책만을 위한 전용 기기가 따로 있나요?=다양한 유무선 기기를 이용해 전자책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전자책만을 위한 전용 단말이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음악을 위한 전용 기기가 MP3플레이어라면 전자책을 읽기에 가장 적합한 전용 기기가 따로 있는 것이지요.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지난 2007년 ‘킨들’이라 불리는 전자책 전용 단말을 선보였는데, 현재까지 50만대 이상이 팔리면서 히트했습니다. 최근 출시된 ‘킨들2’는 0.9㎝의 두께, 6인치 화면을 갖췄으며 책을 읽어주는 기능까지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도 오는 6월이면 삼성전자가 전자책 전용 단말인 ‘파피루스’를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가격은 45만원대로 알려졌습니다. 전자책 단말 전문업체인 ‘네오럭스’도 SK텔레콤과 손잡고 ‘누트2’라는 신형 단말을 곧 선보입니다.
◇전자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직접 서점에 나가 책을 고르지 않아도 되며 필요한 부분만 별도로 구매할 수도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전자책의 가격은 종이책보다 40∼50%나 저렴합니다.
독서를 하면서 동영상 자료를 찾아 보거나 배경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휴대형 단말기에 저장해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책을 볼 수 있지요.
또 무거운 책을 수십권 들고 다닐 수 없지만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전용 단말기에서는 수만권의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 쪽에서도 인쇄·제본 등 제작비와 유통비를 절약할 수 있고 재고 부담도 적습니다. 책을 개정 출판할 때도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되지 못한 것 같아요.=전자책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지 5년 이상 됐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화된 전자책 콘텐츠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불법 디지털 콘텐츠의 범람으로 저작권자로부터 전자책 출판 동의를 쉽게 얻어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이 ‘킨들’을 통해 23만권의 책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책 사이트인 ‘북토피아’에서는 제작해 놓은 12만권의 전자책 중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이중 50% 정도만 이용자에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을 읽기에 적합한 전용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인식도 주요 원인입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적인 전자책 열풍에 힘입어 국내 대기업과 이동통신사들도 속속 전자책 단말 개발과 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는만큼 이같은 장벽들이 서서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