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벤처펀드에 1750억원 출자

 SK그룹이 지난해 말 벤처펀드 시장에 1750억원의 뭉칫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 벤처펀드 시장 공략은 통신·에너지·콘텐츠 등 저평가된 벤처기술을 확보해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에너지·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29일까지 한 달 사이에 벤처캐피털업체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 케이넷투자파트너스가 결성한 7개 벤처펀드에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씩 총 1750억원을 출자했다.

 한 달 사이 집중된 이 같은 투자에 업계는 SK그룹 내 투자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익명을 요구한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펀드 결성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추진했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열심히 해왔는데 인하우스(자체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확보)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이뤄졌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내부에서 기술과 콘텐츠를 조달하던 그동안의 전례에서 과감히 탈피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채택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말 경기침체 여파로 우량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가치가 대거 하락하면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출자에 나선 SK그룹 계열사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에너지를 포함, 7∼9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펀드 투자처는 통신 등 IT, 차세대 에너지 그리고 문화콘텐츠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SK관계자는 투자처에 대해 “각 계열사의 차세대 성장원과 일치하며 대표적인 것은 IT·콘텐츠 그리고 차세대 에너지”라고 밝혔다.

 SK는 주요 투자처에 대해 함구했다. 다만, 정부 모태펀드 지원을 받은 케이넷투자파트너스의 ‘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은 주요 투자처가 게임 등 문화콘텐츠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500억원 규모인 이 펀드에는 SK텔레콤이 295억원을 출자했다.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작년 12월 12·22·29일 세 차례 결성한 섹터투자조합 1∼4호, 포커스투자조합 2호, 오픈이노베이션펀드 등 6개 펀드에는 SK그룹 계열사들이 1450억원을 출연했으나, 구체적인 투자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반인(공모)이 아닌 특정기업과 개인만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사모펀드 운영사(벤처캐피털업체)는 대개 출자사를 공개하지 않는다.

 한편, 벤처캐피털업계는 SK 계열사들이 지난해 말 투자한 규모를 SK그룹에서 밝힌 1750억여원을 크게 넘는 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김준배·황지혜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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