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회로 수요에 힘입어 전자재료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기록중이다. 사업구조가 유사한 LG화학이 한발 앞서 뛰어든 덕분에 아직은 전자재료 시장에서 격차가 크지만, 조만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분수령은 LCD 편광판 등 신규 핵심 사업에 얼마나 빨리 대규모 양산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지 여부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 제일모직(대표 황백)은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회로 등의 전자재료 사업에서 8151억원의 매출액과 979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07년보다 배 가까이 급성장했고, 이익 구조가 박하기로 유명한 전자재료 사업으로 지난해 예상외로 높은 이익률을 달성했다.
특히 자회사이자 LCD 편광판 전문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의 실적 향상이 두드러졌다.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2007년보다 세배 가까이 크게 늘어난 343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241억원으로 제일모직에 인수된후 처음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양사의 외형을 단순 합산하면 제일모직이 전자재료 시장에 본격 진출한지 3년여만에 조단위 사업으로 키워낸 것이다.
이에 비해 LG화학은 지난 2002년부터 공격적으로 전자재료 사업에 뛰어든뒤 지난해 1조981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 2조원대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다. 2차전지를 합친 해당 사업부문의 이익률도 무려 17.4%에 달했다. 전자재료 시장을 조기 선점한 덕분도 있지만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그룹내 주력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후광 효과에 힘입은 바도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여타 산업군처럼 전자재료 시장에서도 삼성·LG 양대 그룹의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제일모직이 적극적인 양산 투자를 통해 LG화학의 외형을 조속한 시일내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여부다. 대표적인 주력 품목이 LCD 편광판 사업이다. 현재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물량을 등에 업고, 올 들어 전세계 편광판 시장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 아직도 노트북·모니터용 LCD 패널의 편광판 공급량 일부를 소화할뿐, 대규모 시장인 TV용 패널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40인치대 이상 대형 TV용 LCD 패널의 편광판을 생산할 수 있는 3공장 투자를 언제 단행하느냐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편광판 한개 라인에 적어도 5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소요되는데, 올해처럼 불투명한 시황에서 내부적으로는 회의적”이라며 “올 한해에는 기존 라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시장 진입 시기에 차이가 컸던데다 전자재료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커 눈 앞의 실적이나 사업 구조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황규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겉으로 보기엔 사업구조가 비슷해도 사업 착수 시기나 그룹 경영문화 등을 감안하면 두 회사는 상당히 다르다”면서 “전자재료 사업을 조기에 대형화하려는 LG화학과 비교하면 제일모직은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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