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달라는 전화를 10번 이상 시도했다. 전화를 안 받는 상대 차주에게 몸서리치는 분노를 느낀다. 혼미해진 화를 누를 길 없는데 얼핏 보니 핸드폰 끝번호를 내가 잘못 눌렀다. ‘헉.’ 제대로 번호를 누르니 1분도 안 돼 헐레벌떡 차를 빼준다. 방금 전까지 가눌 수 없었던 내 분노는 겸연쩍고 민망하다.
분노는 정황적 증거로 잘못된 추측을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확실치 않은 결론에 의해 자주 발생한다. 최근 들어 작은 일에 분노하고 열을 뿜어낸다. 신호 없이 끼어드는 차를 보고도, 인사를 안 받는 경비원 아저씨를 보고도 화가 치민다.
작은 분노를 쉽게 여기고 분출하지 않으면 차곡차곡 쌓인다. 분노는 분뇨처럼 배출돼야 한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을 분출하는 것은 주위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위험하다. 제대로 분노를 산화시키려면 화를 내야 할 때와 그 이유, 화 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왜 화가 났는지 모르고, 언제 참아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방법으로 화를 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분노의 노예가 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속으로 다섯을 세자.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자신이 분노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자. 그리고 왜 화가 났는지 원인을 찾아 평상심을 찾아야 한다. 또, 어떻게 반응할지, 용서할 것인지, 맞설 것인지를 결정하자. 웬만하면 용서를 선택하는 것이 후환이 없다. 이 세상에 용서보다 어려운 건 바로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 맞상대에게도 화내지 말고 화났다고 알려주자. 분노를 터뜨리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 앙금이 있다면 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평정심을 되찾자. 자잘한 기쁨을 만들고 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상기하면 분노의 매듭도 스르르 풀린다. 남을 이기는 것이 힘이라면, 자기를 이기는 것은 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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