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질 등 뇌기능 이상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김경진 박사팀은 인간 뇌세포에 존재하며 억제성 인경전달물질의 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숙신산 알데히드 탈수소 효소(SSADH)’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규명, 간질 등 뇌질환 유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생명과학 학술지 ‘엠보저널(EMBO Journal)’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다.
간질은 2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발병 요인은 인간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농도의 비정상적 증가로 알려져 있다.
GABA는 중간 산물인 ‘숙신 세미알데히드(SSA)’를 거쳐 숙신산으로 분해되며, 이때 SSADH가 SSA의 분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SSADH의 기능저하가 GABA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간질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SSADH의 기능저하 원인과 작용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포항방사광가속기 단백질 결정학 빔라인(6C1)을 이용해 SSADH의 고해상도 입체구조 분석에 성공, 분자수준에서 간질 유발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SSADH가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되면 SSA와 결합할 수 없는 구조로 변하고, SSADH와 SSA가 결합하지 못하면 뇌세포 내에서 GABA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뇌의 과흥분 상태로 발생하는 간질증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GABA의 농도 증가는 간질 뿐 아니라 언어장애, 정신지체 등 다양한 뇌기능 이상 질병의 중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로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분야의 원천기반기술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