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4대 강 살리기’ 사전 기획에서 IT 분야가 철저히 배제돼 관련 업체의 불만이 매우 높다. IT를 비롯한 제반 기술 분야가 배제되고 토목만을 강조하는 4대 강 사업이 당초 사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이 사업은 외견상 홍수와 가뭄 대처, 수질 개선, 친수공간 확보 등이 주요 목적이지만 핵심은 홍수 예방을 위한 치수사업이다. 1970년대 연평균 1700억원 정도였던 홍수피해가 최근 2조7000억원으로 급증하고, 피해복구비만 4조2000억원, 치수사업비가 1조1000억원으로 모두 연간 8조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매년 1조원씩 투입하던 치수사업비를 집중 투자하여 고질적 홍수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난국에 일자리도 창출해보자는 의도다.
4대 강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치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댐과 저수지 건설, 국가하천 제방 보강이다. 국가하천 제방은 대개 100년 빈도의 홍수에 맞춰 축조됐으나 대부분 오래돼 안전도에 문제가 많아 보강이 시급하다.
여기에 하천 준설이 안 돼 통수 능력이 떨어져 홍수 시 하천 범람과 월류, 제방 붕괴로 피해가 커지기 십상이다. 서둘러 제방을 보강하되, 평상 시 제방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첨단 IT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융합이 필수적이다. 제방을 보강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노후로 인한 인명피해도 많은만큼 평상시 안전성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제방에 RFID/USN 기반의 식별자와 센서, 통신망을 설치해 안전도를 원격으로 측정하고, 극한홍수 시 제방의 붕괴나 월류를 사전에 감지하여 주민 보호와 대피 등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도 제방 안전도를 모니터링하는 ‘u홍수 대응기술’ 확보가 중요한 까닭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도입 중이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과거 u코리아 사업과 u시티사업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제방과 같은 하드웨어에 센서와 통신망, 통합 DB 등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만큼 우리 실정에 적합한 기술 실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운용이다.
이런 점에서 4대 강은 최적의 테스트베드다. 특히 기존 u시티 사업에서 구축 중인 통합DB센터나 통신망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가 운용된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u홍수 대응기술은 유속과 수량의 지속적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10만개에 달하는 하천시설물의 실시간 관리와 오염원 모니터링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선진하천관리에 필수다. 또 세계적으로 독보적 기술로서 IT 강국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기후변화 대처와 녹색 성장에도 필수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 홍수 방어기술 개발’ 사업에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향후 기술결과물의 보급 차원에서 4대 강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서두르다보니 한 부처 안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 되는 셈이다.
따라서 서둘러 현재 진행 중인 4대 강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긴 안목의 폭넓은 사고로 소프트웨어의 적용을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시급한 것은 기존의 틀에 박힌 하드웨어 위주의 토목적 사고를 탈피하는 것이다.
김계현 인하대 지리정보공학과 교수 kyehyun@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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