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업계 고환율에 울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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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례없이 지속되는 고환율 상황이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업계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중견 PCB 업체들이 지난 수년간 꾸준한 체질 개선과 기술 경쟁력 향상을 통한 수출 확대 등으로 환율 혜택을 입는가 하면, 동시에 통화옵션상품(키코) 손실로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올해에도 환율은 주요 PCB 기업들의 명암을 가르는 최대 경영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키코를 피해간 일부 전문업체들 중에서는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곳도 등장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PCB 업체들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아 뚜렷한 실적 개선을 달성해놓고도, 키코 손실로 경영난에 봉착한 사례가 여러 곳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LG마이크론을 제외하면 최대 중견 업체인 심텍(대표 전세호)이 대표적이다. 해외 반도체 업계의 수출 비중이 큰 심텍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4000억원 가량의 매출액과 2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키코 손실 평가액이 연간 2000억원 규모에 달해 당기 순익은 대폭 적자가 예상된다. 증권가 예측에 따르면 현 환율 수준이 당분간 유지된다면 심텍은 자본 잠식이 불가피한 상태다.

한때 국내 대표 PCB 업체였던 대덕전자와 대덕GD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덕전자(대표 김영재)는 지난해 3365억원의 매출액에 5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각각 5.6%와 4배이상 실적을 개선했지만, 역시 키코 손실로 인해 당기순손실은 671억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이유로 대덕GDS(대표 유영훈)도 전년 대비 각각 2.3%, 170% 성장한 2617억원의 매출액과 2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놓고도 100억원 이상 적자로 전환했다.

최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져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 업체들은 환율 덕분에 영업 측면에서는 상당히 좋을 것”이라며 “다만 일부 업체는 환율에 따른 수혜보다 키코 피해가 더 크게 짓누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키코를 비껴간 일부 중견 업체들은 발빠른 사업 다변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 선두권으로 도약할 기회로 삼으려는 태세다. 이수페타시스(대표 홍정봉)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0%, 14배 가까이 급증한 2607억원과 1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 규모만 보면 국내 5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수페타시스는 시스코·알카텔-루슨트 등 해외 유수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 올해 미국 오바마 정부의 초고속 통신망 투자 확대 계획에 수혜도 예상된다. 홍정봉 사장은 “사업구조와 고객사를 적극 다변화함으로써 올해도 최소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과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위권 업체 가운데 인터플렉스(대표 배철한)도 지난해 2538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