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담합 등 적용 법 달라 규제 손 놔
e러닝 사업이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e러닝업체들이 정작 학원과 동일한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수강료 공개 등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e러닝업체를 학원이 아닌 원격평생교육기관으로 분리하는 현행 법령에 따른 것으로 거품 수강료, 가격 담합이 이뤄져도 제재할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12일 학원가 및 교과부에 따르면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올 6월까지 학원비를 공개하는 내용의 학원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학원들은 수강료를 해당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하반기에 학원 적정 수강료 산출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e러닝 업체들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학원법’이 아닌 ‘평생교육법’과 ‘이러닝산업발전법’의 적용받고 있어 일반 학원과 똑같이 교과 과정을 운영하면서도 학원비 특별 단속이나 수강료 상한제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e러닝 수강료에도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의무 적용 사항은 아니다. 수강료를 올려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교과부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e러닝 업계의 과목당 평균 수강료가 2만4000원인 가운데 10만원을 웃도는 과정도 32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반 초·중·고 학생들이 수강하는 스타급 강사의 한 과목 e러닝 강의 수강료는 7만∼10만원 선으로 일반 학원의 수강료과 유사한 수준이다. 온라인업체들이 과목 쪼개기나 시험족집게 강의 등의 수법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단속은 불가능하다.
고등 입시학원의 한 강사는 “현 온라인 강좌 절반 이상을 장악한 ‘A’사의 수강료는 오프라인 강의의 80∼90% 선”이라며 “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도 뒤이어 올리는 ‘눈치보기’도 있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IPTV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사교육 상당 부분이 e러닝 분야로 이전되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평생교육법 적용을 받는 원격교육시설 612곳 중에서 교과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65개로 10% 남짓하다”며 “소수 e러닝업체 때문에 법령 자체를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e러닝 업체들을 관리하는 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온라인 수강료 반환기준만 있을 뿐 수강료 자체는 우리 관할 사항이 아니다”며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어떤 방침도 내려온 것이 없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