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9일 개각을 단행했다. 장관급 4명을 포함, 차관급 19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청와대는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개각’이라고 설명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이 대통령과 정례회동에서 정치인 입각을 건의했으나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정치인보다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역임하고 외환위기(IMF) 당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역시 청와대와 금감위·세계은행 이사를 두루 거친 금융·경제통으로서 국정을 보는 안목이 넓고 금융 현안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루 전에 단행된 4대 권력기관 인선에서는 국정원장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명되는 등 이 대통령 측근이 대거 발탁됐다. 개각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실세형 차관의 대거 입각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 임명된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발탁된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들이 그 예다. 이 교육부 차관은 안병만 장관을 대신해 지지부진한 교육 개혁 문제를 진두지휘하는 한편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극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근무 당시 왕비서관으로 통했던 박 국무차장은 앞으로 중앙 부처의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으로 몇 달간 술렁이던 관가가 다시 업무에 매진하기 바란다. 새로 임명된 장·차관들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아주기를 당부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전파하고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개각’이라고 강조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야당은 탕평인사가 아니라 핵심 측근을 요직에 배치한 측근 인사라고 비난했다. 여당은 전혀 당과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삭인다. 과연 청와대 말처럼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인사였는지 아쉬움이 있다.
4대 권력기관장은 사실상 TK 인사로 채워졌다. 사실상 첫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발탁된 실세 차관 가운데 청와대 시절 논란을 빚어 물러난 인물도 있다. 이들이 다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 분야에서 ‘MB철학’을 내세워 사회 이슈를 밀어붙이면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전열이 다시 흩어질 수 있다.
여권에서도 주장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같은 상징적인 옛 여권 출신의 전문가 발탁도 없다. 비록 한덕수 총리를 주미 대사로 내정했지만 생색내기 상징적인 인사에 그쳤다는 평가다. 전문 관료 출신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의 3두 마차 체제는 출범 초기부터 경제 외적인 변수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연말부터 청와대와 여당 등에 수십건의 투서가 접수됐다고 한다. 상당수는 사실무근으로 전해졌지만 일부는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주위에선 달콤한 권력을 찾기 위한 암투가 벌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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