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고 광픽업 업체를 유통업체로 분류하는 건 이해가 안됩니다.”
DVD 플레이어용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아이엠 관계자는 ‘자사의 업종 분류가 잘못됐다’고 호소했다. 부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이 회사에 적용되는 것만 아니다. 반도체 업체인 에이디칩스도 유통업체로 분류된다.
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투자자 편의와 지수 산출 등을 위해 각각 18개 업종과 23개 업종으로 분류된다. 업종 분류가 시장 초기에 만들어진 탓에 변화가 빠른 전자정보통신 업종과 현재의 산업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사업 영역이 재편되거나 확장되더라도 업종 분류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KRX 인덱스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스닥의 경우 시장 초기 업종 분류를 그대로 적용해 불편한 점은 있지만 업종 구분은 매출 구성과 산업분류표에 의해 좌우된다”며 “업종분류가 잘못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KRX에 따르면 이종 업체의 경우 매출구성에 차이를 보여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내비게이션 제조 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비게이션을 제작 판매하는 파인디지털과 아이니츠 등은 통신장비 업체에 속한 반면 똑같이 내비게이션 제조회사인 엑스로드는 컴퓨터서비스 업체로 분류된다.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엑스로드는 내비게이션 단말기 매출이 수출과 내수를 합쳐 지난해 전체 매출의 92%에 달했다. 또 파인디지털도 주요 제품인 내비게이션 ‘파인 드라이브’의 매출이 지난해 매출의 90%를 상회했다. 반면 아이니츠(옛 마담포라)는 내비게이션 매출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통신장비 업체로 분류됐다. 내비게이션 매출 구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매출 구성만으로 이들 업체는 모두 통신장비로 분류되거나 컴퓨터서비스 업체로 나뉘는 게 적합하다.
로봇업체의 경우 아예 분류체계가 없다고 해야 옳다. 유진로봇은 유통회사, 마이크로로봇은 일반전기전자, 다사로봇은 기계장비로 분류된다. 다사로봇은 마이크로봇처럼 로봇과 로봇 부품 등을 생산한다. 유진로봇은 봉제제품과 로봇제품 7대 3 정도 비율이다. 아예 의류업체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 분류다. 하지만 이 회사의 업종은 ‘유통’이다. 이 회사는 봉제완구 제조도 모두 국내에서 한다. 아이엠처럼 중국에서 생산하는 업체도 아니다.
상장기업들은 “상장사가 1000여개가 넘는데 90년대 초 잣대로 엉터리로 나눠놓고 투자자에게 혼선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소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종별 분류는 각종 산업별 지수 산출의 근거가 돼 지수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초기에 비해 기업이 다양한 사업영역을 수행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새로운 업종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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