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자동차업체들이 높은 연비의 차량을 대거 내놓으며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는 반면 연비 1등급 국산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9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연비 1등급 차량으로 등록된 승용차 53종 가운데 수입자동차는 총 10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새 연비등급제를 적용할 당시 전체 1등급 승용차 45종 가운데 수입자동차는 4종으로 불과 4개월만에 두 배 이상 1등급 차종이 늘어났다.
특히 수입차들은 중형급 차량에 자동변속기를 적용하고도 연비 1등급의 차량을 내놓아 수동변속기를 채택하는 국산 연비 1등급 차량과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연비 경쟁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폭스바겐. 지난 6월부터 리터당 15.1㎞의 연비를 자랑하는 중형 세단 파사트 2.0 TDI를 내놓은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2009년식 제타 2.0 TDI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 차량은 차세대 엔진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17.3㎞/ℓ라는 경이적인 연비를 획득했다. 이로써 폭스바겐 TDI 엔진을 탑재한 연비 1등급 모델은 총 4개(골프 2.0 TDI·파사트 2.0 TDI·파사트 2.0 TDI 스포츠·제타 2.0 TDI)로 늘어났다.
푸조가 지난 10월 새롭게 선보인 해치백 스타일의 308SW HDi도 리터당 15.6㎞로 연비가 뛰어나다. 지난달에는 BMW가 공인연비가 리터당 15㎞에 이르는 디젤 세단 3종류를 들여와 연비 경쟁에 가세했다.
연비에 약한 미국차까지도 연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10월 크라이슬러는 연비가 리터당 15.2㎞에 이르는 세브링 터보 디젤을 출시하고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차는 연비가 안 좋다는 편견을 확실히 불식시킨다는 게 크라이슬러의 전략이다.
수입 경유차들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국내 중형 승용차 가운데 연비 1등급 차량 출시는 소극적이다. 특히 배기량 1600∼2000㏄에 이르는 중형차 부문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연비 1등급 중형 차량 총 15종 가운데 국산차는 6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자동변속기가 아닌 수동변속기가 적용된 차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업체들이 6단 듀얼클러치 등 첨단 변속기를 탑재한 데 반해 국산차업체들은 4단 변속기를 적용하는 등 기술적 차이가 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입차들이 연비 향상을 위해 신기술을 적극 적용하는 데도 국산차와의 연비 차가 벌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자체 기술로 6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부터는 자체 생산한 변속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연비 1등급 차량 등록 현황 (배기량 1600~2000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