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IT이노베이션 대상]전문가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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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이노베이션 대상’은 기업과 산업 전반의 IT 도입 및 활용과 관련된 국내 최고 권위의 시상이다. 옛 산업자원부 주관의 ‘e비즈니스대상’과 옛 정보통신부 주관의 ‘디지털경영대상’을 통합해 올해부터 거듭났다. 산업적으로는 전 영역을 포괄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벤처기업까지 경계도 없다. 국가산업의 ‘재도약’을 기약하는 첫 IT이노베이션 대상 시상식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이 IT 활용의 의미와 향후 산업계 및 정부 전략을 짚어봤다.

◆참석자

고영렬 대우조선해양 전무, 김일환 디비정보통신 대표, 김춘석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남궁민 지경부 정보통신정책관, 석창규 웹케시 대표,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 전영서 한양대 교수, 조동성 서울대 교수(IT이노베이션 대상 심사위원장) <가나다순> *사회=주문정 전자신문 부장

◆시간·장소

2008년 12월 2일 오전 7시 30분, JW 메리어트호텔

◇사회= 우리나라 e비즈니스는 90년대 중반 태동하기 시작해 지난 1999년, 2000년부터 정부 지원 아래 붐을 이뤘다. 아직까지 정부의 지원 의지나, 기업의 발전 의지는 굉장히 크다. 이 자리에 수상의 영예를 안은 기업부터 지경부, 전자거래진흥원, 전경련, 학계 전문가까지 다 참석했으니 IT 도입에서부터 활용, 성과 내기까지 힘들었던 부문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나, 지원 기관이 더 자극을 받고 분발할 수 있도록 생산적인 의견을 모았으면 한다.

◇고영열 전무= 조선산업은 업무의 복잡도가 매우 높다. 하나의 선박이 만들어지기까지 1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비행기가 10만개, 자동차가 2만개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실감된다. 시제품 없이 곧바로 생산에 들어가는 특징도 가졌다. 길이 300m짜리 구조물을 만들면서 밤낮 온도차에도 불구하고 1㎜ 오차와 싸우는 일은 IT를 통한 업무 혁신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지난 2003년에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많은 반대가 있었다. 솔직히 이 저항을 이겨 나가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조선산업의 IT활용에 선도적 역할을 해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ERP를 쓰면서 얻는 효과 중 투명 경영이 가장 크다. 매년 경영실적을 공개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이뤄질 수 없고,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ERP를 도입해서 연간 1000억원 정도는 비용을 절감했다. 결산도 20일 걸리던 것이 5일로 줄었다. 생산 과정에서 체인지오더(선주로부터 주문이 바뀌는 것)로 인해 많게는 10억달러 정도의 예산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ERP를 쓰고 나서는 배를 인도할 때 전 과정이 문서로 정리되고, 전달되기 때문에 선주도 인정을 하게 된다. 이런 것이 엄청난 효과다. 지난 20년 동안 매출이 20배 정도 늘었다. 시설과 토지, 인원은 거의 같다. 매출만 늘었다. 조직과 업무의 혁신이 부단히 이뤄졌지만, 그중에서도 IT혁신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김일환 대표= 주력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한 시스템통합(SI)이다. 처음 도로공사 통신 자회사로 출발했지만, 지난 2002년에 민영화하면서 매출 270억원 정도로 출발했다. 민영화 6년차에 1100억원의 매출을 낸다. 원인은 표준화와 기술개발이다.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기 위해 기술 개발과 표준화에 매진해왔지만, 정작 이제는 SI 시장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돼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실질적인 대기업은 연매출 1조원대를 넘어간다. 경쟁이 안 되는 상태로 진입해 있다. 기술 기반화한 사업을 해야겠다고 해서 기술을 만들어 놓으면 대기업에서 빼간다. 경쟁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전문 IT업체를 육성하는 토양이 척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구 인력을 40∼50명씩 유지하면서 힘겹게 나아가지만 개발해서 돈벌이가 될 만하면 사람을 데려간다. 중견기업으로선 애환이 크다. 회사를 지속발전 가능하게 갈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SI업계는 교통 분야에서 많은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우리들에게는 도전이자 기회 요인이다.

◇조동성 교수= 우리 대기업들은 IT화 수준에서 해외 어떤 분야와 견주어도 차이가 없거나 우위에 있다. 중소기업은 차이가 많이 난다. 외국의 중소기업이 90% 수준이라면 우리 중소기업은 40%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외국의 학자들은 전혀 이해를 못한다. 자기네 나라는 중소기업의 IT가 훨씬 높은데 한국은 유독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외국 중소기업은 사람이 적어 IT화를 해야만 버틸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기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한국 중소기업은 40% 수준에서 어떻게 버티냐는 논지다. 우리나라의 부품 제조기업 같은 곳은 대부분 대기업의 하도급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우리 중소기업은 국내 대기업만을 상대로 하고, 해외 중소기업은 세계 모든 기업을 상대로 한다. 외국의 중소기업은 전문화기업이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1∼2개 대기업에 종속돼 있는 하도급기업이다. 종속적인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팔 수 있는 전문화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50년의 고질적 관행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중소기업은 약자고,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간다면 미래가 없다. 외국의 학자나, 관료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혜택을 없애는 순간, 중소기업이 큰다는 경험적 논리를 강조한다. IT란 방법론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는 IT라는 방법론을 갖고 있다.

◇이병욱 본부장=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성과 관련, 임금이 아주 중요한 문제다. 한일 주요 기업의 인건비를 입체적으로 조사해보니, 일본은 200∼300명대 기업의 인건비가 높았다. 대기업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리스크가 높은만큼, 대기업의 안정성과 바꾼 것이다. 임금과 함께 IT가 하나의 해답이다.

일자리 창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IT와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화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IT이노베이션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단이 IT인데, 정작 중소기업이 IT를 모른다는 사실이 중소기업을 더욱 힘들게 몰아가고 있다. 정보를 모으고, 기업의 전략을 세우고, 생산성을 혁신하는 데 IT가 핵심이다. 중소기업이 업무나 생산 프로세스 과정에서 보틀랙이 있다면, IT업계를 만나야 한다. 우리는 IT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막연한 컨센서스만 돼 있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방향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고, 산업이 파생되는 것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석창규 사장= 10년 동안 기업용 솔루션 회사로 사업해오면서 얻는 진리가 있다. 거의 모든 사업 아이디어와 혁신내용이 고객(기업)으로부터 얻어진다는 점이다. 200여명의 회사 직원이 월 기준으로 1만번 정도의 고객(기업) 대상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하면서 거의 모든 사업기회를 얻는 셈이다. 중소기업들의 경영과 사업, 생산활동에서의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중소기업들은 당장의 회계관리 시스템만 갖추면 가시적으로 회사를 위한 IT화가 다 이뤄졌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판이다. IT화는 회계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을 만들고, 능력을 높이는 도구다.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 때 빠르게 그 기회를 기업이 잡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부의 기업IT화 지원 예산도 단순히 회계 프로그램을 깔고, 그 비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집행돼선 안 된다. 중소기업이 IT융합시장에 경쟁력을 갖고 뛰어들어, 제대로 된 역할과 시장을 얻을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전문화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사회= 기업의 IT화로 우리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다.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와 지원 기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해보자.

◇전영서 교수= IT이노베이션 대상의 심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 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얻었다. 물론 수상기업 중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IT도입 및 활용, 뉴IT 실천에서 정말로 성공적이라 할 기업이 없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아주 기초적인 활용사례에 머물러 있는 기업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상이 잘하고 있는 기업에는 더 잘할 수 있는, 조금 못하고 있는 기업은 잘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불어넣는 과정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격상한 IT이노베이션 대상은 기업들에 용기를 북돋우고, 인센티브가 돼 더욱 분발할 수 있는 채찍질이 될 것이다. 더욱 많은 기업이 이 상에 도전하고, 상을 받을 수 있는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하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대기업들로선 상을 받으면 더 좋은 일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도전을 통해 기업의 미래를 창출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가장 보람 있는 것 중 하나는 중소기업 중에 정말 잘한 곳이 있었고,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김춘석 원장= IT보급 및 확산의 주도 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전자거래진흥원으로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내부의 IT화나 중소기업 대 중소기업 간 IT네트워크, IT융합, IT활용은 아직 미진한 부문이 많다. IT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구체적인 확신을 주기 위해서라도 IT이노베이션 대상과 같은 모범 사례의 확산이 중요하다. 일반 IT산업은 이제 시장논리에 맡겨둬도 될 정도로 많이 성장·발전했다. 이제 기업의 IT화와 IT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e러닝, 전자태그(RFID),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 등 e비즈니스에서 파생된 새로운 영역은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IT이노베이션 대상의 근본적인 의의는 성공한 기업의 모델을 확산시키고,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라 배우게 만드는 모티브가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에도 IT의 역할이 지대하다.

◇남궁민 정책관= 사실 우리나라가 IT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유선전화 1가구 1전화가 해결한 것은 지난 1988년이었다. 이동전화, 인터넷 등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IT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활용 측면에선 아직 미약하다. 산자부, 정통부로 분리돼 있다 보니, IT를 확산시키려 해도 기관이 달라 한계가 많았다. 섬유, 조선에 IT를 도입해 쓰고자 해도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칸막이가 쳐져 있다 보니 어려웠다. 국가 IT전략을 새롭게 다듬은 것이 ‘뉴IT’ 전략이다. IT가 고도화됐다고는 하지만 IT 자체를 좀 더 고도화해야 한다. 또 IT와 조선, 자동차, 의류 등 타 산업을 접목시키는 IT융합과 환경, 고유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회적 문제 해결 목표를 담고 있다. IT활용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기업이나 국민에게 성공 모델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보여주고, 모델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IT를 활용해서 얼마나 생산성이 높아졌고,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는지 이제 보여줄 때다. 그러고 나면, 기업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채택할 것이다. 일괄적으로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거나,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은 지양하겠다. IT를 위해 인프라를 늘리고,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 사례를 확산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IT융합 시범사업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도록 힘쓰겠다.

정리=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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