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LG마이크론 12월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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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그룹의 양대 부품 업체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마침내 합병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삼성전기에 버금가는 연매출 3조원대의 종합부품업체가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

LG이노텍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12월 31일을 기해 LG마이크론을 합병키로 했다. LG이노텍의 보통주 1주당 LG마이크론 0.7주 꼴이다. 양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경영 효율성 및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세계적인 종합 부품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함”이라고 합병 결정 취지를 밝혔다. 합병법인은 삼성전기에 견줄만한 연매출 3조원대, 시가총액 1조원대의 종합 부품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뉴스의 눈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올초 허영호 사장의 양사 대표이사 겸직부터 LG이노텍의 코스닥 상장까지 합병을 염두에 둔 수순으로 해석됐다. 당장 겉으로는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두 회사의 사업군을 합칠 경우 적어도 휴대폰·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사실상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겹치는 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LG마이크론의 경우 소재가공 핵심 기술인 초정밀 광식각(포토에칭) 기술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 들어 LG전자의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양도받아 신규 주력사업으로 육성중이다. 외장재 및 태양전지 등 신성장 사업군으로 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LG이노텍은 정밀실장 패키징, 회로설계 등 부품모듈 기술력을 앞세워 튜너·모터·파워모듈·LCD모듈·카메라모듈 등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LG이노텍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30%대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나 차량용 전장부품사업 등으로 신규 사업을 확대했다. 휴대폰·디스플레이 등 공통 시장 영역에서 연구개발(R&D) 투자 및 성과를 한층 배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그렇다고 양사의 합병으로 마냥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모회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매출 의존도가 워낙 크다. 실제 지난해 기준 LG마이크론은 90% 이상의 매출을 LG전자로부터 얻었다. LG이노텍도 전체 매출액의 63%를 LG전자·LG디스플레이에 의지한다. 경쟁사인 삼성전기가 그룹내 관계사 매출 비중이 40% 정도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숙제인 셈이다.

두 회사 사업군을 합쳐 아직은 내로라할만한 간판 제품이 없다는 점도 과제다. 튜너·모터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삼성전기에 비해서도 고부가가치 제품군이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으로선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다소 추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고객사 기반 확대나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산술적인 합산 효과를 키우려면 빠른 시일내 고부가 제품군의 R&D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전속결식으로 합병을 결정하긴 했지만 하루 빨리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점도 내부적인 과제다. 합병 당하는 LG마이크론은 지난 1983년 한국마이크로닉스 시절부터 25년이상의 업력을 자랑한다. 합병 주체인 LG이노텍은 사실상 지난 1999년 LG정밀과 LG전자부품의 합병법인이 모태다. 최근 초고속 성장을 구가한 삼성코닝정밀유리가 모회사인 삼성코닝을 합병한 것과 비견된다. 내부 안정화엔 시간이 걸리는만큼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