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이면 1경원 규모의 전력설비 시장이 열리고 그 중 상당 부분이 스마트그리드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 확보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 세계가 이 영역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머지않아 레드오션이 돼 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자명하다. 이 때문에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 전력설비 기업도 너도나도=최근 비 전통 전력설비 분야 기업이 잇따라 스마트그리드 시장 진출 선언을 했다. IBM은 지난 22일부터 나흘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그리드위크(Gridweek 2008)에서 미국 전력연구원(EPRI)이 주도하는 인텔리그리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리그리드는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론을 개발하는 프로그램. IBM은 그중에서도 인텔리그리드의 에너지 및 전력설비 기업 간 시스템 상호 호환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구글은 GE와 손잡고 스마트그리드가 재생에너지를 더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에 투자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구글은 전력망(그리드)이 전력설비, 혹은 분산 전원에 플러그만 꼽으면 바로 연결되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
기업이 이처럼 몰려드는 것은 스마트그리드가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송전·배전 등 전력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스마트그리드와 관련된 전력반도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구글은 우선적으로 세계 최대의 서버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전기 때문이다. 구글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계속 투자해온 지열, 풍력에서 발생한 전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그리드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
◇전통 강호는 손놓고 있을까=전통 전력설비 기업 역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엔 미국 전력망을 스마트그리드로 전환시키기 위해 관련 기업 및 기관이 결성한 그리드와이즈 얼라이언스(Gridwise Alliance)가 15개 새 멤버를 발표했다. 엘스터, 벨코(VELCO) 등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 외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기술연구원과 BC하이드로, 프랑스 전기공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유럽에선 ABB, 지멘스 등이 스마트그리드 관련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ABB는 지난 4월 전기전자공학회(IEEE) 콘퍼런스에서 스마트그리드 대형 쇼룸을 꾸미고 지능형 배전반, 변압기 등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미쓰비시전기 등이 스마트그리드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심화 대비해야”=스마트그리드 시장, 특히 현재 미국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안정성이 중요한 전력설비 특성상 최초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도 지난 7월 “전력공급망은 그 특성상 부분적인 고장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의 확보가 중요하다”며 “선진국이 기술을 선도하고 후발국의 추격이 어려운 산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제품 수명이 최소 15∼20년으로 길어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이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쟁은 심화되겠지만 우리나라가 이 분야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향후 스마트그리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곳은 미국·EU·일본·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권영한 전력IT 사업단장은 “지난 2005년부터의 전력IT 사업단 투자가 기술 개발로 이어져 국내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이 선진국과 비교해 많이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문식 전기산업진흥회 이사도 “국제기후변화 협약 및 IT기술 발달로 친환경화·초고압화·컴팩트화, IT융·복합시스템 등의 새로운 기술적 트렌드가 대두되고 있어 이런 기회를 살린다면 신성장 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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