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대학](3) 스탠퍼드대학 - 존 헤네시 총장 인터뷰

◆존 헤네시 스탠퍼드 총장 인터뷰 ­

 -학교 운영의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

▲양질의 교육과 연구다. 이는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의무가 아니겠는가. 교육과 연구는 스탠퍼드의 사명이다.

-스탠퍼드의 뛰어난 교육과 연구 성과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우리는 전 세계 및 전 학문에 걸쳐 가장 우수한 교수진을 유치하려 노력한다. 학생들 선발에서도 마찬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가장 훌륭한 교수진,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있어야 새로운 지식 발굴을 가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보다 앞선 경쟁력을 꼽는다면.

▲스탠퍼드는 ‘개척정신(pioneering spirit)’이 넘치는 곳이다. 우리 대학은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혁신가(innovator)’라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사람이 테크놀로지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학교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전 분야에 걸쳐 최고를 추구해왔다.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 평화, 인류의 건강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통합과 전 분야에 걸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스탠퍼드는 이를 위해 여러 학문 분야 간 협력을 강화했다. 통합적 사고 교육이 우리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탠퍼드는 ‘실리콘 밸리의 원천’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하이테크 기업들과 매우 밀접하다. 야후, 구글 등의 IT 기업 창업자가 스탠퍼드 출신이기도 하다.

 -IT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린 오랫동안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일례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공대 내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을 마련해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또 ‘US-아시아 테크놀로지 매니지먼트 센터’에선 기술 관리와 산업 분석을 통합해 넓은 시야를 갖도록 했다. 이런 노력들이 뒷받침돼 어도비, 시스코, 구글, HP 같이 스탠퍼드 출신이 세운 기업이 1200개에 이르렀다.

-많은 국가, 기업이 스탠퍼드의 산학협력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의 산학협력은 다방면에서 이뤄졌다는 걸 전하고 싶다. 전통적으로 의료부터 에너지까지 전 분야에 걸쳐 이뤄져왔다. 협력을 하는 이유는 업계 전문가들과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연구소의 인력 등 다양한 이들과 힘을 합치면 사회에 더 큰 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협력에도 원칙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교수진은 ‘산업’이 아닌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협력으로 얻은 연구 성과들을 공개하고 지식을 함께 나눈다는 데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 스탠퍼드는 사회, 인류에 대한 기여를 중시하는 것 같다.

▲설립자들이 이 학교를 세웠을 때,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 역시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스탠퍼드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대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이를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의 역량을 모아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스탠퍼드의 책임이다.

- 한국 대학과 교류협력 계획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전 세계 인재가 스탠퍼드에 있지만 한국 학생들의 뛰어난 능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재 스탠퍼드에는 470명의 한국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한국 대학과의 교류에는 관심이 많다. 이의 일환으로 올여름 스탠퍼드 학생들이 한국 대학과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스탠퍼드에서도 ‘한국 스터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런 대학 간 교류들이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존 헤네시 총장은

빌라노바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전자공학과 부교수로 스탠퍼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96년 스탠퍼드 공과대학 학장이 됐으며 2000년에 제10대 스탠퍼드 총장이 됐다. 취임 직후 학부 강화를 위한 ‘10억달러모금운동’을 첫 작품으로 내놔 화제를 모았으며 스탠퍼드의 ‘실용주의 학풍’을 이끌고 있다. 1953년 생.

윤건일기자 benyun@

◆기부금 1위 대학

 스탠퍼드의 한 해 예산은 34억달러. 기업을 방불케 한다. 이러한 예산의 상당 부분은 기부금이 차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지난해 8억3230만달러를 기부받아 6억1400만달러를 모금한 하버드대의 기부금액을 넘어서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대학으로 기록됐다.

또 6만9350명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동문 18만명 중 40%에 가까운 수가 기부에 참여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단 지리적으로 가까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기부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 대학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오랫동안 구글,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학문·재정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야후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은 지난해 모교인 스탠퍼드대에 부인과 공동명의로 7500만달러(약 800억원)를 기부했다. 이 기부는 스탠퍼드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스탠퍼드는 이 기부금 중 5000만달러를 환경연구소 건립 비용으로 사용해 제리양 부부의 이름을 부여했다. 또 500만달러는 박사과정 학생용 센터 기금 조성에 투입됐다.

이동인기자 dilee@

◆스타 동문

 스탠퍼드대는 미국 정·재계와 학계에 진출한 숱한 인재를 키워낸 대학이다.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한 이 대학은 한때 4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보다 한 명이 모자란 17명의 우주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학교가 내세우는 과학자로는 인터넷의 모태인 알파넷을 만든 인터넷의 아버지 빈튼 서프와 56Kbps 모뎀을 개발한 브랜트 타운센트가 있다.

스탠퍼드대학은 벤처 정신의 상징이다.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가 상은 스탠퍼드 대학 동문회에서 다 가져간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유난히 기업 창립자가 많은 것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HP의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야후의 제리 양 등의 창립자가 모두 이 학교 출신으로 21세기 닷컴 문화를 이끈 대표 기업의 CEO가 줄줄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나이키 필립 나이트 등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들의 CEO로부터 새로운 기술로 시장에 도전하는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등 현직 CEO들까지 이 학교를 나온 인재들은 실리콘밸리 넘어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

정계를 들여다봐도 스탠퍼드 출신이 많다. 미국의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신임 일본 총리인 아소 다로도 이 학교 출신이다. 걸출한 여걸도 많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이 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1994에 최연소, 첫 여성, 첫 흑인 스탠퍼드대학 부총장이 되면서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재는 정치계에 입문한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 또한 이 학교 출신이며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던 수전 슈워브 미국무역국 대표도 스탠퍼드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국내의 많은 인재도 스탠퍼드의 온화한 기후 아래 자랐다. 삼성·LG·현대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던 했던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이희국 실트론 사장,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이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후지쯔 본사 경영집행역 상무(아태지역 책임자)며 현 소니코리아 안경수 회장, 디스플레이 구동칩 업체 리디스테크놀로지 안성태 사장, 케이블TV방송사업자(MSO) 큐릭스의 원재연 사장도 스탠퍼드 출신이다. 또 전 팬택&큐리텔 송문섭의 사장도 이 대학 전자공학 박사 출신이다.

경제관료로는 이 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친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나웅배 전 경제부총리가 있고 서상목 전 의원은 이 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브랜드 뉴스룸